일자리 따라 몰린 수요… 경기 집값, 남북 '양극화'

배규민 기자
2026.06.05 04:01

동탄 84㎡ 20억대 거래… 수원·안양·성남도 신고가 랠리
일산은 8억대… 주요 신축단지도 최고가 대비 20~30%↓
첨단산업 거점 남부 집중, 고소득자 수요 지속적 유입 영향

일자리 따라 갈린 경기 집값/그래픽=윤선정

경기도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세 속에서도 지역별 온도차가 한층 뚜렷해진다. 반도체와 첨단산업, 대기업 배후수요를 갖춘 경기 남부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서울 출퇴근 수요 의존도가 높은 경기 북부는 여전히 전고점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남부 주요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동탄뿐 아니라 수원, 안양, 성남 등 경기 남부 전역에서 대장 아파트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거나 수억 원씩 가격이 뛰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세와 반도체산업 투자확대가 맞물리면서 경기 남부 핵심지역으로 자금이 몰린다.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20억8000만원(39층)에 거래되며 동탄 국민평형 20억원 시대를 열었다. 인근 주요 단지들도 일제히 15억원 안팎에 거래됐다.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은 15억8000만원,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는 15억9000만원,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는 15억8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상승세는 동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경기도 아파트 최고가 상승폭 상위권에 경기 남부 단지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수원 '화서역블루밍푸른숲' 2억5500만원, 안양 평촌동 '초원부영' 1억6000만원 등이다. 동탄지역 아파트 중에서는 '동탄역시범리슈빌'과 '동탄역반도유보라'가 각각 1억원 오르며 상위권에 포함됐다.

경기 북부의 대표 주거지역로 꼽히는 일산 집값은 상반된 흐름이다. 일산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 전용 84㎡는 8억원대에 거래돼 최고가 13억원보다 4억원 이상 낮았다. 동구 장항동 '킨텍스원시티3블록'과 '힐스테이트킨텍스레이크뷰', 서구 '킨텍스아이파크' '포레나킨텍스' 등 주요 신축단지들도 여전히 최고가 대비 20~30%대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런 온도차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발표한 5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기준일 5월11일)에 따르면 성남 중원구가 1.93%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광명(1.91%) △성남 수정구(1.55%) △하남(1.38%) △용인 수지구(1.23%) △구리(1.20%) △안양 동안구(1.1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고양 일산동구(-0.27%)와 일산서구(-0.16%)는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경기도 집값 흐름의 배경으로 일자리와 산업기반의 차이를 꼽는다.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의 거점이 경기 남부에 집중되면서 고소득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강세를 보인 성남·용인·화성 등은 서울 접근성뿐 아니라 자체적인 일자리와 산업기반을 갖춘 자족도시 성격이 강하다. 반도체와 IT(정보기술)업종 종사자들의 소득증가, 성과급 지급, 기업투자 확대 등이 주택수요를 떠받치면서 서울과의 가격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는 분위기다.

반면 경기 북부는 주거기능이 강한 지역이 많아 산업·업무시설 집적효과가 경기 남부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개통 등 교통개선 효과가 나타나지만 대규모 산업단지나 고소득 일자리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반도체산업 종사자들의 실질소득 증가와 장기 호황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동탄 등 경기 남부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실거주 수요뿐 아니라 가격상승을 기대한 선매수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상승세가 역세권을 넘어 주변 단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 연구원은 "현재 동탄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앞당겨 유입되는 효과도 있다"며 "앞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시장이 일시적으로 관망세를 보일 수 있어 현재의 가격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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