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보다 여기서 돈 더 벌어요"...핫플 넘어 '핵심 상권' 된 성수

배규민 기자
2026.06.20 05:00
성수동 상권의 진화/그래픽=이지혜

서울 성수동이 '팝업 성지'를 넘어 브랜드들의 핵심 영업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방한한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재계 인사 회동 장소로 성수가 검토될 정도로 상징성이 커진 가운데 핵심 상권인 연무장길에는 임대료·권리금 급등 속에서도 글로벌 브랜드들의 입점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공장과 창고가 밀집했던 준공업지역이 실제 매출과 자산가치가 검증되는 리테일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임차를 넘어 건물 매입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 브랜드들이 성수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 효율이다. CBRE 코리아 분석 결과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A의 성수 매장은 월 평당 매출이 876만원으로 강남 매장(509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패션 브랜드 B 역시 성수 매장의 월 평당 매출이 634만원으로 강남 매장(167만원)의 약 4배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편집숍 C도 도산공원 인근 매장보다 성수 매장에서 더 높은 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바비큐 거장 유용욱 셰프가 1일 오전 서울 성수동 게릴라 와퍼트럭에서 시민들에게 오는 9일 출시 예정인 버거킹의 '스모크 비프립 와퍼'를 직접 조리해 선보이고 있다. (사진=버거킹 제공) 2026.04.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성수 안에서도 자본과 브랜드가 가장 몰리는 곳은 연무장길이다. CBRE는 성수 상권을 북성수, 서울숲길, 연무장길 등으로 구분하면서 연무장길을 글로벌 브랜드 플래그십과 국내 대표 브랜드가 집결한 핵심 리테일 축으로 평가했다. 금융사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연무장길 권역의 연매출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은 곧바로 임대료와 권리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연무장길 핵심 지역 권리금은 2021년 대비 15~20배 수준으로 상승했고 장기 임대 기준 평당 임대료 역시 2023년 대비 2~3배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성동구 상업용 지가는 서울 전체 누적 상승률보다 13.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들의 성수 진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상설 매장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수를 검증된 상권으로 보고 국내 첫 매장이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곧바로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성수 내 복수 거점을 확보하며 상권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성수가 단순 마케팅 공간을 넘어 실제 영업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출점지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정식 개업한 '신라면 분식'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부터 약 6개월간 운영하는 신라면 분식은 농심이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운영 중인 신라면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이번 성수점은 페루, 베트남, 일본, 미국에 이은 국내 첫 매장이다. 2026.06.16.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임차를 넘어 건물 매입에 나서는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 부담을 줄이고 핵심 입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연무장길 건물을 317억원에 매입했고 시몬스는 2025년 동연무장길 건물을 380억원에 사들였다. 성수 상권이 단순 임대 상권을 넘어 브랜드들이 직접 투자하는 자산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CBRE 코리아 리테일 인사이트 노트에 따르면 성수2가 1·3동 일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했다. 특히 K-뷰티와 패션, 식음료(F&B)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성수는 단순 관광지가 아닌 글로벌 소비 목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수가 관광객 중심 상권에서 직장인과 거주민 수요까지 흡수하는 복합 소비권역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8년 완공 예정인 크래프톤 신사옥과 성수전략정비구역, 삼표 부지 복합개발 등이 본격화되면 현재의 '핫플레이스'를 넘어 상주 인구 기반의 생활 소비가 이뤄지는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임대료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핵심 상권과 주변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는 등 상권 양극화 우려도 제기된다.

김용우 CBRE 코리아 리테일 총괄 상무는 "최근 성수에서 나타나는 브랜드의 매입 움직임은 단순한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핵심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성수가 더 이상 단기 팝업 공간이 아니라 장기 거점이자 자산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19일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경험 공간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을 전 세계 다섯번째로 오픈한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18일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모습.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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