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비네' '프리엘라' '아르티아' '라클라체'.
의미를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외국어 단지명이 줄을 잇고 있다. 단지별 차별화를 위해 공들여 만든 이름이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인터넷 검색을 해도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기 힘들 정도의 난해한 단지명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쉽고 직관적인 단지명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시장에는 개성 있는 단지명이 잇따라 등장했다. 3월 삼성물산이 분양한 '래미안 엘라비네'는 스페인어 정관사 엘(EL)과 협곡을 뜻하는 영어 러빈(RAVINE)을 활용해 장엄한 협곡을 연상시키는 랜드마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같은 달 포스코이앤씨가 분양한 '더샵 프리엘라'는 영단어 프라이빗(Private)과 엘레강스(Elegance)가 결합해 탄생했다. 소규모 고급 단지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노량진뉴타운에서도 독특한 단지명이 이어졌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하는 '드파인 아르티아'의 '아르티아(ALTIA)'는 고도(Altitude)와 이상(Ideal)을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높은 곳에서 이상적인 삶을 실현하는 차별화된 주거공간이라는 뜻을 담았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의 컨소시엄 단지인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은 프랑스어에서 왔다. '라클라체'는 프랑스어의 정관사 라(La)와 계층·등급을 뜻하는 클라스(Classe), 부유한·화려한을 의미하는 리시(Riche)를 조합해 '모두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독보적인 클래스의 주거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한 '아크로 리버스카이'는 강과 하늘을 품은 단지이자 한강변을 빛낼 스카이라인을 상징한다.
단지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네이밍 전략이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근 단지명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미를 미뤄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데다 발음도 어려워 입에 붙지도 않는다.
이처럼 난해하고 복잡한 외국어 조어(造語)로 된 단지명의 배경에는 차별화와 고급화를 위한 건설사들의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명과 브랜드만으로는 개성을 드러내기 어려워지면서 외국어를 조합해 고급 이미지를 부여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단지명은 통상 시공사가 여러 후보를 제안하면 조합이 검토한 뒤 조합원 의결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합이 별도의 이름을 제안하거나 준공을 앞두고 변경하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최근에는 쉽고 직관적인 이름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GS건설은 분양을 앞둔 '목동윤슬자이'에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 '윤슬'을 적용했다. 단지 외관에 적용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네드 칸의 작품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사내 공모와 임직원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GS건설은 한글 단어만으로 이름을 짓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쉽고 직관적인 단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네이밍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새로운 조어를 만드는 대신 기존 브랜드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주거지의 상징인 '압구정 현대'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인 '갤러리아'를 결합한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제안했다. 새로운 외국어 조어보다 지역과 단지가 가진 상징성을 강조한 사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단지명을 선호하다 보니 외국어를 조합해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독창성뿐 아니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이름도 중요해지면서 네이밍 방향도 조금씩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