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손님' 된 STO 스타트업들…"남은 건 폐업 위기"

'초대받지 못한 손님' 된 STO 스타트업들…"남은 건 폐업 위기"

최태범 기자
2026.06.29 18: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스타트업들이 STO(토큰증권) 사업을 검증하는 데 사용한 돈만 투자금을 포함해 1500억원이 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스타트업들은 퇴출됐고 창업자와 구성원들은 청춘을 날린 셈이 됐다. 우리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난 2월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는 "7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규제 환경 속에서 길을 개척해 왔지만 창업을 한 것이 원죄가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예비인가에서 탈락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루센트블록을 비롯해 펀블, 카사 등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STO 사업을 해왔던 스타트업들이 폐업의 기로에 섰다.

에이판다파트너스와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수년째 개점휴업 상태이며, 뮤직카우의 경우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돼 제도권으로 편입된 이후 매년 2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해 오히려 규제샌드박스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개별 기업의 실패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면 기업 경쟁력보단 정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원래 새로운 서비스를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시험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스타트업들은 제도권 밖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실험하며 시장성을 입증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본래 취지다.

하지만 STO 시장에서는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법안심사소위 상정에 그친 채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수년간 표류하던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1월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정식 인허가 체계 구축이 늦어졌고, 결국 인가 경쟁의 출발선은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과 뒤늦게 뛰어든 대형기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

초기 시장은 스타트업이 만들었지만 정작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에는 자본력과 인허가 역량을 갖춘 대형 금융사·증권사 컨소시엄이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스타트업 업계의 공통된 비판이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만큼 STO 시장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과 혁신금융서비스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혁신을 실험했던 기업 상당수가 시장을 떠났고, 남은 기업들도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서 '앞으로의 일'을 다루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낼 동력이 되긴 어렵다는 게 스타트업 업계의 시각이다.

STO 스타트업 관계자는 "특혜를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이 사회에 큰 가치로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혁신의 불씨가 좌절되는 현실이 괴롭다"며 "혁신금융 지정 스타트업들이 겪은 현실은 명백하게 정책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최태범 기자

씨앗을 뿌리는 창업자들의 열정부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성장의 토대를 닦는 정책의 흐름까지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