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해외 현장을 직접 누비며 신규 사업 발굴과 수주 경쟁에 뛰어드는 '톱다운 전략'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최고 의사 결정자가 직접 전략사업 일선에 나서며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인프라·에너지 시장 선점의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직접 해외 거점을 방문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협약 체결을 넘어 초기 사업 기획과 투자 논의까지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관여하며 수주 경쟁의 양상이 한층 고도화하는 흐름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사장)는 최근 본 인프로니아 홀딩스와 협력 확대 협약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삼성물산은 투자·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일본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단순한 건설사업자가 아닌 인프라 분야의 투자·개발·운영을 동시에 담당하는 핵심 플레이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오 대표는 지난해 카타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수주현장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카타르에너지부 장관, 협력사 대표 등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향한 회사의 기대와 관심을 내보였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얼마 전 유럽을 찾았다. 이탈리아 위빌드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북유럽 원전 사업 참여 가능성도 타진했다. 현대건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원전사업 수주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에너지 인프라 협력 논의를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3월 일주일간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방문, 현지 주요 개발사와 정계인사들을 두루 만나 북미 시장에서 개발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정 회장은 당시 장녀 정서윤씨와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호주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호주는 아직은 우리 기업의 진출이 뜸한 신시장으로 분류된다. 허 대표는 호주 방문 당시 현지의 수행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챙기고 빅토리아주 주요 인사, 컨소시엄 파트너사와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호주 전력 인프라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파트너십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대표이사가 직접 뛰는 배경에는 글로벌 인프라 사업 특유의 구조가 자리한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국가 단위 발주와 복잡한 사업 구조가 얽혀 있어 초기 단계에서의 신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신속한 의사결정 역시 필수적이다. 최고 경영진이 전면에 나설 경우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한 사업 신뢰감까지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해외 사업이 투자·개발형으로 전환되면서 리스크 관리와 수익 구조 설계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단순 도급 방식과 달리 초기 투자와 운영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략적 판단도 필요해진 것도 한 요소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최고 경영진의 행보에 대해 건설사들의 체질 전환 신호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국내 주택 시장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탈피, 글로벌 인프라 투자개발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이 직접 사업을 챙기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해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는 것은 사업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동시에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며 "'톱다운' 방식의 수주 전략은 앞으로 해외 시장 경쟁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