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고가 주택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도·보유·증여에 따른 세 부담을 다시 계산하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매수자들은 세제 강화 이후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거래는 위축됐지만 가격은 크게 밀리지 않는 관망 장세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호가를 크게 낮춘 매물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집주인과 매수자 모두 향후 세 부담과 가격 흐름을 확인한 뒤 움직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가 크게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7월 거래량은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현재 집계치만으로 전월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은 거래량보다 상대적으로 버티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도 최근 강남·서초·송파의 상승폭은 둔화했지만 상승 흐름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 일부 초고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나오지만 제한된 매물 가운데 선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양상이다.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일부 걷혔지만 오히려 집주인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고가 1주택자는 보유에 따른 세 부담뿐 아니라 언제 매도할지, 증여로 돌릴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당장 집을 처분하기보다 세제 적용 시점과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며 유리한 시점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이유다.
매수자 역시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세 부담 증가로 일부 집주인이 가격을 낮춘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급매물 출현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투자 성격이 강한 수요일수록 가격 조정 가능성을 확인한 뒤 움직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관망세는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과 가격이 연동되는 데다 갈아타기 과정에서 취득·보유·양도에 따른 비용까지 따져야 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의사결정을 늦추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세제가 실제 적용되고 보유자들이 세 부담을 체감하기 전까지는 고가 주택 시장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강화된 세제개편안이 본격 시행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는 만큼 당장의 의사결정을 미루는 매도자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급매물을 기다리는 매수자 간 줄다리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