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수도 완성의 길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경영부원장)
2026.10.13 05:30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중국사회과학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소개하고 중국학자들은 자국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양국의 국토 규모와 정치 체제는 완연히 다르지만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와 지역 경쟁력 확보라는 근본적인 국가적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국가의 문제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과밀을 분산하고 다극형 국토 공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5극 3특'(5대 초광역권 및 3대 특별자치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거점을 중심으로 광역 생활·경제권을 형성하고 자립적인 성장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통합 개발, 장강삼각주 일체화, 웨강아오 대만구(광둥·홍콩·마카오) 조성 등 거대 광역 메가리전(Mega-region) 중심의 공간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의 과밀 해소와 기능 분산을 위해 건설 중인 슝안신구(雄安新区)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균형발전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앙 국유기업(양치, 央企) 본사, 베이징 소재 명문 국립대학 및 단과대 캠퍼스, 국가급 연구기관 및 병원, 첨단 IT 및 금융 서비스 기능 등이 주요 이전 대상이다.

토론 과정에서 확인한 분명한 사실은 양국이 서로에게 배울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강력한 추진력과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거점 개발과 기능 분산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분권과 지방자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지역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정주 여건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역량을 축적해 왔다. 스케일과 속도 면에서는 중국의 과감한 추진력을 참고할 만하다. 반대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우리의 포용적 균형발전 모델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의 '5극 3특'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결정적 과제가 있다. 바로 국토 다극 체계의 실질적 구심점이 될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일이다. 베이징의 기능을 과감히 분산하기로 한 중국 정부의 결단처럼 우리 정부 역시 중앙행정 기능의 완전한 이전과 국가 거점도시로서의 법적·제도적 완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 열쇠가 바로 '행정수도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이다.

단편적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틀을 넘어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법제화하고 국회 세종의사당 및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을 제도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행정수도가 확고한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야만 충청권을 필두로 영남과 호남 등 각 권역의 '5극' 거점들이 독자적 활력을 지니는 진정한 다극화가 완성될 수 있다.

한·중 양국 전문가들이 마주 앉아 확인한 국토 공간의 미래는 분명하다. 수도권 일극화에 안주하는 국가에 미래는 없으며 공간의 다극화는 이제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5극 3특' 전략의 성공과 지속 가능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이라는 결단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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