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새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사전점검 때 커뮤니티 시설을 보고 감탄했다. 운동기구가 갖춰진 헬스장과 골프연습장을 보며 입주하면 집 앞에서 운동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시설 문은 닫혀 있다. 운영 방식과 비용 부담을 정하지 못해 개장 시점조차 알 수 없다. 기다리다 지친 A씨는 인근 헬스장과 골프연습장을 알아보고 있다. 단지 커뮤니티에 비해 시설이 좋지 않은데도 이용료는 더 비싸다. A씨는 아파트 입주 시점이 지난 뒤까지 커뮤니티 시설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좀체 납득이 가질 않는다.
새 아파트의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입주 후에도 '그림의 떡'에 머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도 운영 방식과 비용 분담을 정하지 못해 정식 개장이 미뤄지는 탓이다. 입주 초기에는 이용자가 적어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게 커뮤니티 시설 개장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는 시설이 완공돼도 운영업체와 이용료, 관리 인력 등을 정하는 절차가 남는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에 시간이 걸리고 직접 운영할지 전문업체에 맡길지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개장이 늦어진다. A씨 단지도 입대위 구성이 늦어지는 가운데 커뮤니티 운영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입대위가 있어야만 커뮤니티를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까지 사업주체도 관리주체에 해당한다. 커뮤니티 위탁운영은 입대위 의결뿐 아니라 입주자 등 10분의 1 이상의 요청으로도 제안할 수 있으며 입주자 등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제는 남는다. 운영 절차를 시작하더라도 초기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합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입주 초기에는 이용자가 적지만 인건비와 전기료 등은 계속 발생한다. 이용자에게 비용을 모두 부담시키면 요금이 높아지고 전체 가구가 나눠 내도록 하면 시설을 쓰지 않는 주민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수영장, 사우나 등 특화 커뮤니티 시설의 경우 일반 커뮤니티 시설에 비해 운영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는 만큼 갈등의 요소도 더 커진다.
실제 수도권의 한 정비사업 조합은 입주 후 개장을 검토했지만 인건비·전기료 등 월 수천만원의 운영비 중 부족분을 조합 비용으로 메워야 해 운영을 미뤘다. 일반분양자와 세입자가 함께 이용하는 시설에 조합원 돈을 투입했다가는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개장을 미루는 이유가 됐다.
커뮤니티 시설 운영이 공회전하는 동안 결국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건 입주민들이다. 이런 경우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는 단지 운영 미숙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하곤 한다. 단지 안에 시설을 갖춰 놓고도 외부 헬스장 등에 추가 비용을 내고 이동 시간까지 들여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은 이런 갈등을 지혜롭게 피해간 단지로 손꼽힌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조합이 입주 전 미리 관리업체를 선정해 커뮤니티 개장을 준비했다. 입주지정기간 중 일부 시설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메인 커뮤니티 전체를 열었다.
준비된 시설부터 임시로 개방하는 방식도 있다. 일부 신축 단지는 정식 운영규정과 이용료를 확정하기 전까지 헬스장 등을 별도 이용료 없이 개방한다. 전체 시설을 한꺼번에 여는 부담을 줄이면서 주민 불편은 최소화한 형태다. 다만 별도 이용료를 받지 않더라도 운영비를 부담할 주체와 안전관리 책임은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