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지원실장이 왜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나요?"
연초부터 보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란의 중심에는 중견 손보사인 메리츠화재가 있다. 새로 영입한 윤리지원실장(사장급)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손해보험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키로 타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엄연히 김용범 사장이 있는데, 윤리지원실장이 사장단 회의 정식 멤버로 나서는 것은 관례적으로 없었던 일인데다, 다른 보험사 사장들에게도 '예의'는 아니라면서 손보업계가 발끈했다.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윤리지원실장이 메리츠화재로 영입되는 과정에서도 뒷말은 많았다. 보험개발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초 롯데손보 사외이사를 맡았다. 세월호 사태 여파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이 차단되자 전직 금감원 출신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12월 24일), 메리츠화재의 대규모 임원해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가 뒤숭숭했다. 메리츠화재 임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의 크리스마스'로 돌변한 것이다.
지난해 3월 대표로 선임된 남재호 사장이 이날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사의를 표명했다. 남 사장은 2주간 병가를 내고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또 15명의 임원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해임 통보를 받았다.
취임 1년도 안된 사장이 물러나고, 임원 절반이 해임된 표면적 이유는 '실적부진' 이지만 석연치 않았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1000억원 규모의 RG(선수금환급보증)보험 때문에 휘청거렸던 2008년에도 이 같은 대량해임은 없었던 탓이다.
남 사장 후임으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종금증권 사장이 곧바로 내정됐고, 임원 절반이 해임된 와중에 금감원 출신 윤리지원실장이 새롭게 영입된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경영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취임 1년도 안 된 사장이 교체되고, 뚜렷한 기준 없이 임원들이 해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간 의리는 증권사 직원이 3일, 은행은 1년, 보험은 10년"이란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씁쓸한 얘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