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부업 최고금리 낮아진다는데…

전혜영 기자
2015.06.28 14:39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에 30%가 넘는 고금리를 고수하던 대부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서민금융지원강화방안의 일환으로 대부업 최고금리를 현행 34.9%에서 29.9%로 5%포인트 인하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원가가 하락했고, 대부업체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늘어난 점 등을 감안할 때 인하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사실상 대부업과 같은 최고금리를 쓰고 있는 저축은행, 캐피탈 등 고객까지 포함해 약 270만명의 이자부담이 46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서 대부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로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이 오히려 더 떨어지고 불법사금융만 확대될 것이란 주장이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들이 더 깐깐하게 대출 심사를 하게 되고, 이는 대출 승인율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란 이른바 '풍선효과' 논리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계의 대출 승인율은 23.9%다. 10명이 대부업체를 찾으면 약 8명은 돈을 빌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승인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최고금리 인하 시 약 8만~30만명이 대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당국은 대부업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 범정부적으로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서민들의 피해 방지에 나서고, 서민금융 상품에 대한 홍보 강화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 대신 정책상품을 이용하도록 돕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업을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병원비나 생활비 등 생계자금이 필요해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나 홍보가 얼마큼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실제로 대부업체는 1,2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찾는 곳이다. 여기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비교적 쉽고 빠르게 돈을 빌려주는 불법사금융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최고금리를 낮추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고객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고금리 폐해는 근절되기 어렵다. 서민금융 지원은 취약계층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만큼 단순히 금리나 상품 등 금융적인 방법만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핵심은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보다 그조차 못 받던 사람들을 정책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과 금리우대, 엄격한 불법사금융 단속 등을 병행해야 '진짜 금융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