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아베노믹스' 현장취재를 위해 일본을 찾은 지난달 말. 아베내각은 안보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중의원을 중심으로 군불을 때고 있었다.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주변은 연일 시위대로 장사진을 이뤘다. 집단자위권 합리화의 배경이 되는 아베내각의 안보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의사당을 뒤흔들었다.
같은 시간 의사당에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로 치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무역협정이다. 야당 의원들은 내각 관료들을 향해 농민들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둘 다 열도에선 메가톤급 이슈지만 국회 논의에서 상호간섭은 거의 없었다.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경제현안을 타결하려는 노력과 전통이 일본 의회의 풍토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20년 디플레이션 터널을 빠져나온 동력이 됐다면 일본의 이 같은 정치풍토는 아베노믹스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재생·세포치료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이었던 우리가 황우석 사태로 정치권 전체가 갑론을박하는 사이 일본은 이 분야에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국회가 앞장서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일본 의회는 의료기관에만 허용한 세포배양을 기업에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생의료법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며 책임을 돌리는 여당의 주장이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소수 야당으로선 현안 법안들을 연계해야 집권여당을 견제하고 존재의의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정치의 현실이다. 그런 야당을 다독이는 것은 정부와 여당 몫이다. 여·야·정 간에 현안별 파트너십이 필요한 이유다.
아베내각의 재무실무를 담당하는 스가와라 잇슈 재무부 부대신은 한국 정치권에 이렇게 훈수를 뒀다. "경제는 생물(生物)이다. 때를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여의도 정치인들이 곱씹어볼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