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외에서만 목청 높이는 의원님들

배소진 기자
2015.07.27 03:31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군) 피해 지원과 가뭄대책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적지 않은 논란 끝에 지난 2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18일 만이다.

추경안을 놓고 기싸움에 열을 올리던 여야 모습을 떠올려보면 의외의 '쾌속 통과'가 싱겁기까지 하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소위는 기획재정부 소관 추경안 심사에 들어갔다. 여야간 찬반이 팽팽하던 세입경정 5조6000억원에 대한 첫 논의였기에 이목도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소위는 여당의원들이 해외 일정과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여당 소속 위원장과 야당의원 3명 등 총 4명으로 겨우 의결정족수를 채워 시작했다. "법인세 정상화"를 주장하던 야당의원 한 명이 계속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불만을 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정족수가 부족해 세부사업 한 번 들여다볼 새도 없이 약 1시간 만에 무기한 정회됐다.

같은 날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예결위 정원은 50명이지만 이날 회의장에 앉아있던 의원들의 평균 숫자는 열 손가락을 겨우 넘길 정도였다. 자신의 질의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들어온 뒤 할 말만 쏟아내고 다시 자리를 뜨는 의원이 속출했다. 이후 예산안조정소위 의원 6명이 이틀간 실시한 감액심사는 '보류' '추후 논의'가 태반이었다. 본회의 날짜를 먼저 합의하고 예결위 심사를 그 안에 끝내려다보니 애매한 건 죄다 비공개 협상으로 넘긴 것이다.

국회는 정부안에서 다소 삭감된 11조5639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5조6000억원이던 세입경정에서 2000억원을 줄였지만 어느 항목에서 어떤 논리로 삭감하게 됐는지는 일언반구 평가가 없다. 세출에서도 세부사업비를 늘리고 줄였으나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다.

추경안이 통과되자마자 여야는 다시 '법인세 정비'라는 부대의견 문구의 해석을 놓고 장외공방전에 들어갔다. 여야 모두 정작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쳐야 할 상임위에서는 입을 닫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 목청만 높이고 있다. 오는 9월 국회는 내년도 본예산을 놓고 또 한번 전쟁을 치러야 한다. 국회가 가진 예산심의권이라도 제대로 행사하려면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어느 길목 하나 녹록지 않은 논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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