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룰 하고는 상관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해도 '방카슈랑스 규제'는 훼손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방카슈랑스 제도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복합점포를 시범 운용한다'는 장황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방카슈랑스 25%룰'은 한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전체 보험 상품의 25%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다. 복합점포에 보험사 입점이 허용되면 사실상 방카룰이 무너질 것이란 비판을 금융위가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방카룰을 도입한 2003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금융위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 계열의 하나생명(옛 프랑스생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하나은행 지점에 입점해 보험영업을 했다. 하나생명 설계사가 은행 고객을 상대로 보험을 팔았다는 점에서 지금의 '복합점포'와 사실상 똑같다.
그런 와중에 금융위는 2003년 방카룰을 도입했다. 은행 창구에서 특정 보험사 독점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방카룰을 도입함과 동시에 금융위는 하나생명의 하나은행 입점 영업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부칙 제9조, 금융기관 내 입점 방식에 의한 모집에 관한 경과조치)해 하나은행 안에서 하나생명이 영업할 수 있는 기간을 2005년까지로 못 박은 것. 방카룰을 2003년 도입했지만 2년 유예를 둬 사업을 접도록 유도한 것이다.
굳이 감독규정에 일몰 조항까지 넣어 보험사의 은행 입점을 막았던 금융위가 10여년이 흐른 뒤에는 "복합점포는 방카룰과 상관 없다", "복합점포 허용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편익을 증대하는 대명제는 2003년이나 2015년이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법 개정도 없이 금융위원장 의지에 따라 새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당국의 일관성을 의심케 만든다. 이해 당사자인 보험업계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밀어 붙이기 식'으로 복합점포를 도입한 금융위를 두고 "법 위에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