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에 희망퇴직이 잇따르며 은행 퇴직자수가 지난해의 2배인 약 3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적체 해소와 영업조직 효율화를 위해 퇴직금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부 은행들이 대규모 퇴직을 단행하면서다.
◇SC·KB 대규모 명퇴…은행권 퇴직자 3000명 안팎으로 급증=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지난달 23일부터 27일간 실시한 특별퇴직에 약 120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사측은 이중 전체직원의 20%인 961명의 퇴직을 승인했다. 이는 2011년말 대규모 특별퇴직인원 800여명을 훌쩍 웃돈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실시한 5년만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서는 1122명이 퇴사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 진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정기적인 희망퇴직을 하기로 노사가 합의한만큼 노사협의가 끝내는대로 이르면 이달중 희망퇴직 신청을 한차례 더 받는다. 단 상반기 퇴직자가 많아 이번 희망퇴직은 대상자가 임피제 진입자(약 200명)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주로 임피제 적용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희망퇴직을 통해 예년 이상의 퇴직 신청이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노사협의를 거쳐 통상 매년 1월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데, 올해의 경우 퇴직자가 약 310명으로 작년(150명)보다 늘었다. 희망퇴직 대상자를 확대한 영향이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옛 하나은행에서 약 60명, 옛 외환은행에서 165명이 특별퇴직했다. 임피제에 진입하는 직원 거의 대부분이 퇴직을 하면서다. 우리은행에서도 대부분 임피 적용자가 대상인 전직지원(희망퇴직)을 통해 올해 상반기와 10월 각각 192명, 13명이 회사를 떠났다.
3000명 안팎의 올해 퇴직자 규모는 지난해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국민, 옛 하나, 옛 외환, 신한, SC, 우리, 씨티 7곳 기준)의 희망퇴직자는 1576명이었다. 2013년(661명)과는 격차가 더 크다.
여기에 통상 매년 200~300명이 희망퇴직하는 농협은행도 이번달 중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다. 임피제 개시 연령을 55세에서 57세로 늦춘 대신 희망퇴직을 없애기로 한 IBK기업은행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쯤 '마지막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권 '항아리 깨기' 당분간 이어질 듯=이같은 희망퇴직자 급증은 내년 정년연장을 앞두고 은행들이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바꾸기 위한 작업을 늦추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향후 몇년간 퇴직대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책임자급 이상 직원들을 줄여야 할 필요가 커진 것.
SC은행의 경우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감축을 진행 중인만큼 상당한 규모의 직원을 내보내야 했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금을 사상 가장 좋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32~60개월 분의 특별퇴직금 지급에 학자금 지원, 재취업 창업 지원금도 별도로 내걸었다.
다른 은행들과 달리 정기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던 국민은행도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임피제에 들어가는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정례화했다. 정년연장을 앞두고 인사적체 가중을 막기 위해 더 이상 인력감축을 미룰 수 없게 되면서다.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를 줄이고 비대면채널을 강화하며 인력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도 인력감축을 재촉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점포수는 2012년말 7835개에서 올 상반기 7480개로 줄었고, 은행 임직원수도 같은기간 13만7593명에서 13만4318명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은행권 퇴직 대상자가 향후 몇년간 계속 늘어나는 구조인만큼 은행권의 항아리 깨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A은행의 경우 올해 임피제 적용자(60년생)에 비해 61~63년생 직원수는 30%, 63~64년생은 70%, 65년생은 2배 더 많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의 올해 대규모 명퇴는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며 "이러한 결정에는 정년연장 등과 같은 제도적 변화 또한 감안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