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하겠죠. 그런데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제대로 된 평가방법을 고안하려면 3년은 있어야 할겁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성과주의 확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한 은행장이 이같이 답했다. 이 은행장 역시 직원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지만 성과주의를 적용하려면 공정한 평가방법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해말 공식석상에서 "금융개혁의 마지막 과제는 성과주의 확대"라고 언급하면서 금융권에 성과주의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아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의도하는 성과주의는 호봉제 비중을 줄이고 연봉제를 확대하며 성과급의 격차를 벌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금융공기업부터 성과주의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공기업의 올해 인건비 인상률 2% 중 1%를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로 책정해 성과주의 확산 등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공기업들은 조만간 정부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엔 시중은행들이 발탁인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과주의를 구현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성과급의 격차 확대를 비롯한 급여체계 자체에 과감한 성과주의를 도입하지 않고 인사를 통한 보상으로 성과주의를 시도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반대도 반대지만 급격한 급여체계 변화가 가져올 반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반 창구 업무부터 투자은행(IB) 업무까지 다양한 은행 업무에 획일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하다간 특정 업무에 대한 선호와 기피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 특성상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실적을 내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는가 하면 가만히 있어도 실적이 늘어나는 지점도 있다. 대출심사처럼 사고가 터져야 직원이 일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는 업무도 있다. 그렇다고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면 대출심사가 너무 엄격해져 영업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성과에 관계없는 일률적 호봉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 다만 성과주의 확산을 강조하기 전에 금융업의 특성에 맞는 공정한 인사평가 제도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노조도 설득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성과주의 확산만 외치지 말고 금융업의 공정한 인사평가 제도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부터 구성해 업계의 전반적인 동의를 구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