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성 보험(일반보험) 물량을 산은 출신 퇴직자에게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 고위 관계자의 친인척이 설립한 보험대리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요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대리점이나 중개사가 기업들이 1년 단위로 가입하는 일반보험을 유치하면 많게는 수억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산은이 자회사 혹은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의 기업성 보험 물량을 자사 출신 퇴직자 등에게 불법으로 몰아주기를 했는지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기업성 보험은 손해보험사가 취급하는 주요 상품으로 화재보험, 해상보험 등으로 나뉜다. 기업들은 각종 위험에 대비해 1년 단위로 보험에 가입하며 납입보험료는 대기업의 경우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
산은이 기업성 보험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은 보험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지분 15% 이상 출자한 자회사만 105곳에 달하고 거래 중소기업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자회사나 거래관계 기업이 건설공사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에 가입할 때 자사 출신 퇴직자가 설립한 대리점이나 중개사를 통해 가입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성 보험이 산은 퇴직자 '전관예우'나 친인척 '챙겨주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유는 수수료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보험상품 종류에 따라서 판매 수수료는 5~20%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대기업은 연간 보험료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충분한 보험 물량을 확보하면 수억원의 판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판매수수료는 보험사가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비용이다. 하지만 기업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는 산은 출신을 통해 보험계약을 유치하곤 했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산은 출신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산은이 보험 계약 시 '특별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피하면서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일부러 퇴직자가 설립한 대리점을 통해 보험 계약을 진행한 것인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또 친인척 설립 대리점 등이 계열사 물량의 절반 이상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한 '자기계약 금지' 조항을 위반했는지도 관심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은 자회사나 거래기업이 일반보험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보험업법상 자기계약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지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기업성 보험 시장 질서가 바로 잡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시중은행이 자회사로 보험대리점을 설립해 영향력을 행사해 거래 기업 보험물량을 취급하거나 대기업들이 친인척 소유 중개소에 계열사 물량을 몰아주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