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제너럴모터스)의 한국 철수설과 관련해 한국 사업장을 총괄하는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한 20일. 그를 가장 격렬하게 맞이한 곳은 다름 아니라 국회와 정치권이었다.
앵글 사장은 설 연휴 직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알리고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한 GM의 대표로서 이날 방한했지만 실제 협상을 해야할 파트너인 정부와 KDB산업은행 대신 정치인과의 만남에 몰두했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TF(태스크포스) 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시작으로 오전 11시30분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과 잇따라 회동하느라 바빴다. 그는 면담 자리를 자신이 마련한 것처럼 "모든 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방한 때만해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을 만나 대화를 진행하던 GM의 대화 파트너 체급이 한달도 안돼 각당 원내대표 수준으로 급상승한 셈이다.
이날 국회의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GM에 유리한 판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정부 관계자는 "위(정치권)를 움직여서 아래(정부)를 압박하겠다는게 아니겠나"며 "GM이 정말 협상을 잘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실사와 자구안 제출 등을 요구하며 선을 긋고 있는 정부를 직접 상대하기보다 정치권을 움직여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지렛대로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서려는 GM의 협상술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표심 잡기를 위한 국면으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앵글 사장과의 면담에서는 전북과 군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물론 일자리 30만개가 걸려 있고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국회가 넋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협상은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게다가 상대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협상을 해봤던 글로벌 기업 GM이다. 정치권이 신중치 못한 움직임으로 우리 정부에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을 넘겨줘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