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0대 기업 사외이사, 4주 일하고 연봉 7000만원

변휘 기자
2018.03.19 04:01

[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7] 50명 사외이사 34.6억원 수령…"혜택 늘지만 '거수기' 여전"

[편집자주]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마다 사외이사 물갈이가 한창이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노골적인 청탁이 오고 가기도 한다. 기업 경영의 한 축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은퇴한 유력인사들의 '인생3모작', 혹은 현직들의 '꿀 부업'이라는 매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때론 권력에 대한 방패막이, 혹은 기업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사외이사 세계의 현실과, 개선 가능성을 짚어본다.

코스피 상위 10대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한 해 평균 4주 정도를 일하고 7000만원 정도의 보수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차량과 건강검진, 소속 단체에 대한 기업의 거액 기부까지 각종 혜택도 함께 누리고 있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2016년 말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50명의 사외이사가 한 해 동안 수령한 보수는 총 34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금액은 6918만원이다.

사외이사들의 연간 평균 활동시간을 어림잡아 200시간으로 가정하면 평균 시급은 34만5900원이다. 최근 국회가 합의한 주당 법정 근로시간(52시간)을 대입하면 약 4주 가량 일하고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업무의 중요성과 개개인의 높은 역량 등 보수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 해도 '고액 연봉' 평가는 피하기 어려운 규모다.

보수 산정 기준과 활동 내역, 각종 복지 혜택 등이 보다 세부적으로 공개된 금융회사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외이사들의 '특권'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달 공개된 8개 은행지주회사(KB금융·NH농협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한국투자금융·DGB금융··BNK금융·JB금융)의 '2017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근무 만 1년을 채운 사외이사 40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263만원이었다.

이중 매월 보장되는 기본급은 평균 4648만원이었으며, 각종 수당은 1615만원이었다. 매월 400만원 가량의 기본급에 더해 이사회 의장, 리스크관리위원장,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 감사위원장 등 직책의 중요도에 따라 50만원~100만원 정도의 직책 수당이 추가되며, 각종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일종의 '거마비' 성격인 수십만원의 수당을 더 얹어주는 구조다.

보수에 계산되지 않는 혜택도 다양하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차량과 기사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외이사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건강검진권을 지원받는 사례가 많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윤종남 이사회 의장에게 제공한 건강검진권 가치를 46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가 소속된 대학, 비영리법인 등에 대한 기업의 기부도 간접 지원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마다 "사외이사 때문에 기부를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사외이사들로선 '친정에 보탬이 된' 일들이다.

그러나 많은 혜택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과연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비판 여론이 여전하다. 주총의안분석회사인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상장기업 880여곳을 조사한 결과, 2016년 한 해 동안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단 한 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낸 사례가 있는 기업은 25개에 그쳤다. 반대가 아니더라도, 찬성 외 다른 의견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사외이사가 있는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39개사에 불과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추고 경영활동을 감시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갖가지 혜택 속에서 '거수기·로비스트'로 기능한다는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며 "몇몇 대기업의 분식회계 사태 이후 경영진과 결탁한 사외이사도 처벌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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