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신금융협회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07년 이후 올해까지 10차례나 수수료가 인하된데 이어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화하자 카드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협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무용론’의 근거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협회는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카드 수수료 문제가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 이슈로 변질된 상황에서 무조건 협회의 무능만을 탓하는 것은 합당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개입된 이상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협의하려 해도 행동의 한계는 뚜렷할 수밖에 없다.
몇 달 전 협회 관계자가 한 여당 국회의원실을 찾았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업계 상황을 설명하고자 방문했지만 협회 관계자란 이유만으로 출입조차 거절 당했다. 협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문전박대 당한 셈이다.
물론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이 너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직접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업계 상황을 전달하고 언론에도 나서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해야 하는데 뭐 하고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한편으론 직접 당사자인 카드사 CEO(최고경영자)들은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익이 나날이 쪼그라드는 공멸 직전의 상황에서도 카드사 CEO들이 한 목소리로 가맹점 수수료 문제에 대해 대안을 내놓고 협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07년 우대 수수료 제도 신설 당시에는 카드사 CEO들이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며 “업계가 처한 상황이 그 때보다 더 심각한데도 CEO들의 집단행동은 그 때만큼 못한 게 사실”이라고 자조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한 수수료 인하는 정치권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문제는 인하 폭과 인하 대가에 대한 업계의 일치된 의견과 체계적인 대응인데 이게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 ‘무용론’ 운운은 누워서 침 뱉기다. 카드사가 뒷받침해줘야 협회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