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다수건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달 예정인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도 무산된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T는 최근 금융당국에 입찰 담합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KT가 금융당국에 추가 보고한 입찰담합 의혹 조사 건은 여러 건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지난 13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기 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진행 중인 공정위 조사는 2016년 벌금형이 확정된 지하철광고 입찰 답합 건과는 별개 사안이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한도초과보유 승인심사’를 신청하면 금융당국은 60일 안에 승인 여부를 결론 내야 한다. 하지만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거나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의 조사·검사를 받고 있다면 승인심사를 멈출 수 있다. 심사를 중단할지는 ‘중대한 영향이 있냐’ 여부를 따져 금융위가 결정한다.
KT는 이미 2016년에도 공정위로부터 지하철 광고입찰 답합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다수의 또다른 입찰 담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졌다. 현재 진행 중인 입찰담합 조사나 과거 벌금형이 확정된 답합건이 모두 ‘경미하다’고 판단해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어도 논란이 계속 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사전에 ‘경미하다’고 예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만으로도 특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더 있다면 금융당국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T가 조사받고 있는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조사 내용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대한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공정위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심사를 중단하면 다음달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는 무산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월 592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는데 유증 주금납입일은 다음달 25일까지다.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KT는 이번 유증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KT와 같은 ICT(기술정보통신)기업은 인터넷은행 특별법에 따라 지분을 최대 34%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금융권에선 ICT 기업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푼 만큼 공정거래법 적용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와 같은 ICT 기업은 업종 특성상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을 따내기 때문에 수시로 담합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는 데 그때마다 ‘사안의 경미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아직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카카오뱅크의 주주 카카오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수시로 입찰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ICT 기업을 기존의 금융회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며 “ICT 기업 특성을 감안해 심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2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