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逆)의 시대

강기택 금융부장
2019.05.07 04:34

‘역(逆)'의 시대다. 역성장, 역마진, 역전세 등이 운위되는 때다. 경제나 금융의 영역에서 가야 할 방향으로 가지 않고 거슬러 간다는 게 좋은 신호인 경우는 거의 없다.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지난해 4분기보다 0.3% 감소한 것이 정부나 한국은행의 설명처럼 한 번에 그칠 사건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 목표치(2.6~2.7%)를 맞추기 쉽지 않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2.5%)조차 2분기 1.2%, 3분기 이후 0.8~0.9%를 유지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글로벌 추세와 거꾸로 간다는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연율 3.2%), 중국의 1분기 성장률(6.4%)과 한국 성장률의 격차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등 한국 주요 수출국의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한국이 그에 편승하지 못한다는 건 이상징후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2분기부터 경제 성장속도가 가팔라진다고 했지만 한은이 지난해 “성장경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면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분기마다 내린 전례를 보면 예상보다 ‘희망사항’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6~9개월 뒤 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10개월 연속 떨어졌다는 점에서 노무라증권(1.8%) ING그룹(1.5%) 캐피탈이코노믹스(1.8%) 등 투자은행이 제시한 수치에 더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역의 흐름을 보이는 건 또 있다. 4월 경상수지는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이 지난해만 못해 4월 무역수지 흑자가 41억2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4월 배당금으로 지급된 돈(56억2000만달러) 만큼만 빠져나가도 경상수지 적자가 날 수 있다. 2012년 5월 이후 7년 가까이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바뀌는 것이다. 배당으로 인한 일회적인 것일 수 있지만 수출이 계속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무신경하게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환율이 급등하며 외화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한 요인이 각각 경상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였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달러당 1170원대까지 오른 환율이 정상화하는 과정이 아니라 위기의 전조는 아닐지 챙겨는 봐야 한다.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도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1.73%로 한은 기준금리(1.75%)를 밑돌았다.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하는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에 장·단기 금리역전은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하는 사안이다. 당장 역마진이 일어나지 않아도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야 하는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골치가 아픈 보험사들에도 마찬가지다. 금리 등 가격에 대한 규제로 수익이 쪼그라든 은행과 제도적 요인으로 적자가 발생하는데도 역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보험사의 형편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금리인상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돼 있어 외자이탈에 대비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 같은 또다른 역전현상 앞에서 무력해 보인다.

‘역(逆)’의 시대를 잘못 대처하면 ‘역(易)'의 시절을 맞게 된다. 정부와 정책이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시장과 민심이 먼저 변할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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