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울렸던 외환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다.
키코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피해기업들은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팔았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첨예한 양측 주장과 별개로 키코 분쟁 조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소멸시효 때문이다. 2007년에 집중적으로 판매된 키코는 이미 은행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효가 지나버렸다. 법상 시효는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피해자가 피해 발생을 알았던 날로부터 3년이다. 사안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법원은 키코 사건의 시효 기산점을 통상 2009년 정도로 봐 왔다. 2012년 정도까지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기업들에겐 이미 시효가 지나 버린 셈이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정을 은행이 수용하지 않으면 기업은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시효가 지나 소송이 불가능하다. 금감원이 실효성도 없는 일을 뒤늦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분쟁조정이 실효성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키코 분쟁조정은 기업(소비자), 은행(금융회사) 그리고 금융당국에 질문을 던진다.
피해기업들은 왜 시효가 다 지나가도록 소송도, 민원도 내지 않았을까. 사정은 다 있었을 것이다. 은행과의 관계를 우려했을 수도 있고 당장 회사를 살리는게 너무 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효가 지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기업들의 문제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까지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뭘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이 문제를 다시 꺼낸 것일까. 금융당국은 키코 사태가 터졌을때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벌여 2010년 제재조치까지 취했다. 2010년에 지금처럼 피해기업들에게 분쟁조정이든, 소송이든 나서도록 유도했다면 시효가 끝나기 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분쟁 신청을 독려하던 지난해 즉시연금 사태 때와는 너무 대비된다.
금감원의 소비자보호는 그때그때 다른 것인가.
은행은 시효 지났다고 나몰라라 해도 될까.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불완전판매가 있었음에도 소멸시효 뒤로 숨는 것은 비겁하다. 연예인들이 과거 가족의 빚을 갚겠다고 얘기하는건 소멸시효를 몰라서가 아니다. 연예인처럼 은행도 평판과 신뢰가 생명이다. 금융회사의 신뢰와 소비자보호는 법적 시효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일까.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으로 10여년 끌어온 키코 사건은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키코 분쟁은 소비자, 금융회사, 금융당국 모두에게 '소비자보호란 무엇인가'란 숙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