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의사들이 아니라 보험사가 반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최근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놓고 보험사는 “빨리 하자”고 찬성하는데 의료계는 “절대 불가”를 외치며 반대하는 상황이 “아니러니하다”고 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이나 약국에서 진료를 받은 후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단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 서류 제출 등이 번거로워 적은 액수는 보험금 청구를 안 했던 가입자들도 절차가 간단해 지면 빼먹지 않고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고 이른바 ‘낙전수입’이 사라져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실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반면 의료업계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시행돼도 금전적인 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보험금 청구가 간소화 되다고 해서 환자 수가 특별히 늘거나 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소비자보호’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보험사들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나 보험금 지급 거부에 악용할 가능성은 보험금 청구 망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악용할 수 없도록 별도의 수단을 강구하면 된다.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할 근거로는 궁색하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로 보험사가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꼽는다. 진료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심평원에 진료정보가 공유되고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돼 진료비를 깎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논의가 처음 시작된 2009년에는 보험사들도 보험금 청구가 크게 늘어날 까봐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지금도 우려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낙전 수입 감소 대신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민원이 줄고 전산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효과가 더 크다는 쪽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비자단체들도 이례적으로 보험사의 편에 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익증진을 위한 것이지 보험사의 청구거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성명을 낸 상태다. 의료계도 ‘소비자보호’라는 10년 묵은 실체 없는 구호 뒤에서 나와 이제는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