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신용대출 조절?" 서민만 피해볼 판

양성희 기자
2020.08.26 17:20

[MT리포트-신용대출 딜레마]실효성 지적, 반면 속도조절 반기기도

[편집자주] 신용대출 폭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신용대출 규제에 대해 갑론을박도 계속 된다. 이른바 ‘빚투’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생계형 신용대출을 막을 수도 없다. 당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고 은행은 당국을 곁눈질한다.
금융권 전체 신용대출 증가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정부가 폭증한 신용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점검을 통한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신용대출이 자영업자들의 거의 유일한 대출 수단일 수밖에 없어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DSR 관리 주문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식·주택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에 신용대출 취급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실제 1주일 전 하나은행은 LTV(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숙지하라는 지침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에 부동산 패닉바잉(공황구매) 배후로 신용대출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시각은 다소 다른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DSR 규제를 통해 신용대출 용처와 총량을 일정 관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DSR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은행들이 해당 규제를 성실히 따라왔다고 자평하는 데다 신용대출의 용처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돈을 빌리는 고객이 은행을 속여 대출을 받더라도 한도가 나오는 대로 취급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수사기관처럼 자금 용처를 추적할 수도 없고 여러모로 용도를 알 수 없다는 게 신용대출의 함정”이라고 했다.

신용대출 속도 조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주문에 적극 응했지만 상황이 다소 변했다는 것이다. DSR 관리 주문을 신용대출 전 분야로 확대해석 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자칫 서민 생활자금 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걱정하던 지점이다. 의도치 않게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해 원금과 이자 상환을 연기해주라는 금융당국의 취지와 상충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직접 겨냥한 정부 지침이 따로 없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정 부분 총액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관리에 치중해 정작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