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딜레마
신용대출 폭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신용대출 규제에 대해 갑론을박도 계속 된다. 이른바 ‘빚투’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생계형 신용대출을 막을 수도 없다. 당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고 은행은 당국을 곁눈질한다.
신용대출 폭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신용대출 규제에 대해 갑론을박도 계속 된다. 이른바 ‘빚투’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생계형 신용대출을 막을 수도 없다. 당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고 은행은 당국을 곁눈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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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은행원 A씨(34)은 최근 친구들의 상담요청을 부쩍 많이 받는다. 규제가 나오기 전에 일단 신용대출을 받아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금리가 낮다는 것도 사실이냐고 묻는다. A씨는 그때마다 “받아두라”고 한다. #4년차 직장인 B씨(30)는 ‘빚’이 싫어 신용카드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지인이 신용대출로 5000만원을 빌려 주식투자를 해 두 배로 불렸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5000만원을 빌려도 한 달 이자가 10만원 안팎이라고 했다. B씨는 곧장 은행으로 가 신용대출을 받았다. 상반기 급증한 기업대출에다 신용대출까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부 시중은행들은 연간 원화대출총액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시중은행들은 생계보다 부동산·주식 투자에 활용되고 있는 신용대출을 더 늘리기도 어렵지만 조일 수도 없는 사정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7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합산 잔액은 120조2042억원이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풍선효과'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맞물려 신용대출이 폭증하면서 금융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급증한 신용대출 규모를 조이자니 코로나19(COVID-19)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내버려두자니 늘어난 신용대출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가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신용대출 수요가 몰린 것을 정부의 부동산대출 옥죄기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분석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강화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등으로 모자란 돈을 신용대출에서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8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집값의 40%인 3억2000만원이다. 4억5000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머지 3000만원을 신용대출로 '영끌'하는 식이다. 특히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지는 이례적인 현상도 신용대출 행렬을 부추겼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정부가 폭증한 신용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점검을 통한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신용대출이 자영업자들의 거의 유일한 대출 수단일 수밖에 없어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DSR 관리 주문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식·주택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에 신용대출 취급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실제 1주일 전 하나은행은 LTV(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숙지하라는 지침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에 부동산 패닉바잉(공황구매) 배후로 신용대출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시각은 다소 다른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DSR 규제를 통해 신용대출 용처와 총량을 일정 관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
신용대출이 과연 집값 상승을 유발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대출’이란 표현에서 보듯 신용대출이 집값을 밀어 올린 부분이 있다고 보는 시각과 신용대출이 일부 부족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메울 순 있어도 집값 상승을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게 엇갈린다. ━평균 신용대출액 3000만원대, 10억원 이상 집값 올렸다? ━물론 금융권은 모두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주담대를 받기 어려운 만큼 신용대출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카페 등에는 부족한 주담대를 메우기 위해 신용대출을 활용했다는 얘기도 올라오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대출이 집값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는 보통 1억5000만원 정도다. 이 정도까지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은 소수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지난달 평균 신용대출 금액은 1인당 340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