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하 카드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산정한다는 세계 최초의 재갈을 카드사에 물린 건 정부다. 하지만 정책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무적 필요에 따른 결정이었다. 금융당국 내부적으로 적격비용 계산과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규제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자칫 '영세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선한 취지를 거스른다는 비난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대다수 금융선진국들처럼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유롭게 계약을 해 수수료율을 책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가맹점주들에게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카드사들의 '갑질'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 한도를 정하는 규제 정도는 마련해 두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 요구에 부응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금융당국은 '운신의 폭'이 좁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IT대기업)의 간편 결제 수수료가 카드사보다 높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엄밀히 얘기하면 카드수수료율을 정부와 국회가 정하는 게 유례가 없는 경우"라며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가 스스로 카드수수료율을 없애자는 말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정치권도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수많은 언론과 소비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간편 결제 수수료율 규제를 신설하는 법안 발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이를 드러낸다. "민간 기업의 서비스 수수료를 정부가 규제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입법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카드수수료 규제 역시 같은 논리로 보면 맞지 않는다. 카드사와 빅테크에 대한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뜻 나서 규제를 폐지하지도 않는다. 폐지하자고 하는 순간 '안티(anti)자영업자'로 낙인찍힐 것을 잘 안다. '대선'을 앞두고 자충수가 될 수 있으니 하던 대로 한다.
카드업계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율 규제의 불필요성에 업계나 정부가 말을 할 순 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건 고양이 뿐"이라며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위해서라도 카드수수료율 제도 개선을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논의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