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이데이터' 뭐길래 GV80이 경품…도넘은 은행 마케팅 '경고장'

양성희 기자, 박광범 기자
2021.11.18 04:03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기로 했다. 감독규정상 행위규칙만으로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잠잠해지지 않아서다. 현재 제네시스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등장한 상황이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인 만큼 과당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마케팅 활동과 관련, 일부 은행에 주의를 줄 방침이다. 그동안 마케팅 과열 양상을 예의주시했는데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굴지의 은행이 자동차를 내거는 경품행사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마이데이터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개인정보를 집중해서 관리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이어 "가입 경쟁이 붙으면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못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어 해당 은행들을 강력하게 설득하려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KB마이데이터 숨은 내 돈 찾기' 서비스를 예약한 고객에게 '제네시스 GV70' 경품 추첨에 응모할 기회를 준다. 우선 예약을 한 뒤 최대 신세계이마트 5만원 상품권 등의 경품을 받은 후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KB마이데이터 전송요구'에 동의하면 된다.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은 다음달 KB마이데이터 오픈 이벤트에 중복으로 참여해 '제네시스 GV80' 추첨에 추가로 응모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벤트를 띄우면서 '#GV70이 두대(추첨)', '#GV80도 두대(추첨)'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제네시스 자동차를 먼저 내건 쪽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추첨을 통해 '제네시스 GV60'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영업점을 통해 고객유치 현장영업도 강화했다. 그렇다보니 '제네시스 받으려고 우리은행에 사전예약했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대형은행까지 마이데이터에 사활을 걸면서 은행권에서는 '오픈뱅킹 시즌2'라는 말이 나왔다. 2019년 12월 오픈뱅킹을 시행할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플랫폼 전환'을 꾀하는 만큼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점해야 플랫폼 경쟁력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본다. 금융사, 비금융사가 모두 뛰어든 사업이기에 초기에 고객을 잡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금융위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경품행사를 지양하도록 명문화했지만 소용 없어져서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근거한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의 행위규칙'에 따르면 3만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내걸 수 없다. 다만 추첨 등의 방식을 쓸 경우 평균 제공금액이 3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제네시스 자동차가 등장한 건 응모자가 많이 몰려 평균 제공금액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행위규칙의 예외 규정을 악용했다고 본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품행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라는 취지였는데 자동차를 내건 것은 극단적인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율 범위를 제공하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행사로 변질된 이상 마이데이터 사업의 안착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은행)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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