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 대상 100건 미만에…대상자 간 수혜 규모 차이도 우려

은행권이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에서 받아갈 배당을 줄여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속속 통과시킨 가운데 실효성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이 포기한 배당이 2금융권에 넘어갈 가능성과 함께 할인배당에 따라 피해자 사이에서도 수혜 정도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말 KB국민·신한은행 이사회는 최근까지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가진 선순위 근저당권을 일부 포기해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의 1/2 이상'을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할인배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하나·우리은행 이사회는 각각 지난 22일과 지난 24일 할인배당을 결의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정 논의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을 고려해 은행권에 할인배당을 하도록 요구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을 낀 임대 주택은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근저당을 설정한 뒤, 임차인은 후순위 권리를 가진다. 이후 전세사기가 터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금융사가 먼저 돈을 회수해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은행이 피해자가 보증금의 절반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경매 단계에서 배당신청을 줄이겠다는 게 할인배당의 취지다.
은행권에서는 당장 은행이 포기한 배당금이 피해자가 아닌 다른 근저당권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사기와 관련된 매물 특성상 2금융권 대출이 많아 2금융권이 오히려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할인배당'에 참여해달라는 금융위의 요구에도 2금융권은 불참한 상태다.
실제 지난주 열린 A은행 이사회에서 한 이사는 "근저당권에 설정된 금액 전체를 요구하지 않더라고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 게 맞냐"라며 "은행이 안 받는다고 피해자에게 가는 금액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실효성이 없는건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은행들이 법률검토를 받고 이미 할인배당 대상자와 규모 등을 산정했지만, 연체 차주에게 체납된 세급이나 체불된 임금이 있으면 근저당권은 순위가 밀려 할인배당에 따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2금융권이 제외된 할인배당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금융위가 요구한 할인배당 규모는 전 은행권을 합쳐 100건·100억원 이내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이 큰 차주의 빌라·오피스텔 매물의 경우 2금융권 대출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주택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가 받는 수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한 명의 차주(임대인)에게 대항력 순서에 따라 피해자(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은행이 할인배당하더라도 1순위 피해자는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만 2순위 피해자는 전액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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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와 은행권도 최초 논의 당시 할인배당 정책에 따라 피해자 간의 정책 수혜 격차를 우려했다. 이에 은행이 받은 경매 배당금의 일부를 피해자에게 나눠주는 아이디어도 논의했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 은행이 대출과 관계없는 제3자인 피해자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부터 원천징수를 매겨야 하는 회계적인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사기피해자 전체에 대한 지원이 아닌 일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혜택을 받지 못한 다른 전세사기피해자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으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