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가수 윤복희씨는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트랩을 내려왔다. 물론 이 얘기는 기업광고가 와전된 것으로 귀국 당시 윤복희씨는 털코트에 장화를 신고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윤복희씨가 국내에 미니스커트 유행이라는 파격을 일으킨 장본인임은 변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을 CEO(최고경영자)를 앉히거나 외부 인사를 수혈하면 '파격'이라고 설명한다. 젊은 사람을 높은 자리에 앉히든, 외부 인사를 영입하든 목적은 하나다. 바로 변화다. 조직에 충격을 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게 파격인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아끼는 후배 검사 둘을 가지고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한 명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고 다른 한 명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이 원장은 젊은 외부 출신 CEO다. 우선 1972년생. 역대 금감원장 중 최연소다. 금감원 내부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파격이다. 금감원 임원은 1964~1968년생으로 이 원장보다 나이가 많다. 금감원 내에서 1972년생은 팀장급이다. 금감원 안팎에서 '세대교체'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나이보다 더 파격인 건 '검사' 출신 첫 금감원장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금감원장은 주로 관료가 맡았고 외부 출신이라고 해봤자 교수 정도였다. 외부 출신, 특히 검사 출신은 금감원 외부에서 관심을 두는 부문이다. '검사 출신이니 이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본인은 '칼잡이'가 싫어서 옷을 벗었다고 얘기하지만 그를 보는 시각은 '금융시장에서의 칼잡이'다.
이전 금감원장과 같은 말을 하더라도 "검사 출신이니 저렇게 강하게 얘기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제재를 내리더라도 "이제 본격적인 칼잡이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구나"라는 관전평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원장 역시 이같은 외부 시각을 모를 리 없고 그래서 더 조심한다. '검사' 출신보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합격했다는 사실을, 법학과가 아닌 경제학과를 졸업한 '경제학도'임을 강조한다. 고압적인 검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을 낮추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폴더 인사를 한다.
하지만 몸을 낮춘다고 이 원장에 대한 시각이 바뀌진 않는다. 취임 한달이 지난 이 원장은 '규제완화'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말했지만 '칼잡이'다운 면모가 강조됐다.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조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안다. 시스템을 통해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재조사를 시사했다. 원론적인 얘기라는 해명은 통하지 않았다.
은행장들과의 첫 간담회에선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여당과 대통령실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동참했다. 특히 "헌법과 은행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경제학도보다는 법학도처럼 얘기했다. "'관치'를 '법치'로 포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에 이어 취임할 때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새 정부에서는 금융당국부터 금융을 독자적인 부가가치 산업으로 보는 시각을 갖겠다"고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변화를 예고했다. 금융회사를 다스르기보다는 금융회사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원장이 '검사' 이미지를 벗고 지금까지 금감원장과 다른 파격을 보여주기 위해선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장 친화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금융회사가 겪고 있는 다양한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다. 칼잡이가 되고 싶다면 금융회사에 매달려 있는 모래주머니를 뗄 때 칼을 쓰길 바란다. 윤복희씨가 파격적인 패션을 보여줬듯이 이복현 원장의 파격적인 역할을 기대해본다. 그럼 그에게 '윤'복현이라는 별명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