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딤돌' 돌리기 하는 은행들

김남이 기자
2024.12.20 05:50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게시된 디딤돌대출 안내 게시물의 모습.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정책성 대출을 기피하는 은행 지점이 종종 보인다. 최근에도 한 은행지점이 '한도가 소진됐다'며 정책성 대출 상담 자체를 중단해 논란이 됐다. 주택도시기금 재원은 이미 소진됐고,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도 소진'은 잘못된 설명이다.

해당 은행 본점은 부랴부랴 정책성 대출을 거절하거나 상담을 기피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디딤돌 대출 등을 기피하는 문제는 이번 한 번이 아니다. 과거에도 몇차례 문제가 됐고 그때마다 '자의적 대출 거부를 하지 말라'는 공문 전달로 대부분 끝났다.

은행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부 은행 창구에서 디딤돌 대출 등을 꺼리는 분위기는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조건도 까다롭고, 챙겨야 할 서류 등도 많아서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세대원 전체가 무주택자인지 확인해야 하고, 가구 구성에 따라 소득 기준과 대출 한도·대출 금리 등이 다르게 적용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고객별로 특수한 상황이 나오기도 하고, 업무가 익숙지 않은 은행원은 이를 본점에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한다.

간혹 소득이 미세하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이를 안내하는 것도 곤혹스럽다. 고객이 항의라도 하면 이를 모두 창구 직원이 감내해야 한다. '기금지옥'이라고 부르는 은행원들도 있다.

은행원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에는 디딤돌 대출을 거부하는 지점이 부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은행원은 "디딤돌 대출 상담 신청이 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다른 지점을 방문해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본점 차원에서 인력 지원 등을 확충하기도 어렵다. 현재 정책성 대출은 '역마진'이다. 일반 주담대 금리와 디딤돌대출의 금리 차이가 정부가 은행에 해주는 이차보전 상한(0.99%P)을 넘어섰다. 은행으로서는 굳이 적극적으로 팔 이유가 없다.

은행은 정책성 대출의 수탁은행으로서 의무가 우선이다. 지점에서 디딤돌대출을 기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이것은 은행 혼자만의 고민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수수료 등을 지급하지만 대출과 운영과정에서 정부가 은행의 도움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은행이 함께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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