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사 각오하는데 고작 1000만원?…금융사고 제보자 '수십억' 준다

권화순 기자, 김도엽 기자
2025.02.12 17:20

'내부고발→준법제보' 제도 명칭 변경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그래픽=김현정

은행권이 '내부고발' 제도를 '준법제보'로 변경하고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을 수십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준법제보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은행 외부에 신고 및 운영 채널을 별도로 두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이 3년 전 고강도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는데도 수천 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연달아 터지자 은행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을 마련, 은행권 모범규준에 조만간 반영할 계획이다. 내부고발 제도는 지난 2022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포함됐지만 최근 터진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현재 은행별로 운영 중인 '내부고발' 제도의 명칭을 '준법제보'로 변경한다. 내부고발자는 조직의 문제를 누설하는 '배신자'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아예 용어를 바꾸기로 했다. 은행의 손실을 줄이고 사고예방에 도움이 되는 '제보'를 적극 권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유명무실한 내부고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제보자에게 주는 포상금 최고액도 수십억원 규모로 대폭 상향한다. 현재 신한은행이 20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10억원이다. NH농협은행은 3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작다. 은행별로는 1000만원 수준에 그친 곳도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금융권 내부고발자에게 2억7900만 달러(한화 약 4000억원)의 거액이 포상금으로 지급된 사례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문제를 제보할 때는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고, 배신자로 낙인 찍힐 수 있는데 포상금 1000만원 정도로 적극 나설 유인이 없다"며 "20억원 정도는 돼야 금전적인 고민 없이 제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 내부고발제도 최대 포상금/그래픽=임종철

포상금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해 제보자의 예측 가능성도 높인다. 가령 '실명법 위반에 대한 제보는 포상금 500만원' 등 구체 금액을 공개하는 것이다. 5대 은행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이뤄진 내부고발 건수는 19건에 그치고 실제 포상금 지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건도 없었다.

익명성은 강화한다. 접수 채널을 은행 외부에 별도로 두고 은행이 위탁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현재는 은행이 직접 제보를 받고 있어 접수 단계에서 익명 제보를 하더라도 신분이 드러날 우려가 상존한다. 내부고발 정보를 내부 서버에 저장하는 경우도 있다.

접수된 제보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고 조사·감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효성도 높인다. 특히 본인이 직접 사고에 연루된 제보자에게는 제재 감경 등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된다. 실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의 경우 영업점 직원이 본점에 문제제기 했지만 추가적인 조치는 없었다. 금융사고가 발생한 은행 중 사전에 제보가 잘 됐지만 문제가 장기간 방치된 사례도 작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 개선 방안이 3년 주기로 수 차례 나왔지만 대규모 금융사고를 막지는 못했다"며 "마련된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준법제보 활성화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