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찬성 100%' 금융지주 사외이사…올해는 '거수기' 오명 벗나

이병권 기자
2025.03.06 15:00
4대 금융지주 이사회, 보고안건과 의결안건에 대한 사외이사의 참여/그래픽=김지영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열린 이사회의 모든 '의결 안건'을 100% 찬성하면서 또다시 '거수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대로 경영진을 견제하고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사외이사들은 '보고 안건'에 의견을 개진하면서 조금씩이나마 이사회 기능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54회의 이사회에서 모든 사외이사가 '의결 안건'에 찬성했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사회 안건이 사전에 조율된 상태에서 상정되면서 사외이사들이 이를 그대로 승인하는 관례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매년 반복됐다. 지속적인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대책이나 리스크 관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특히 지난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와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이사회의 리스크 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리스크(위험)관리위원회 등에서의 논의도 부재했고, 위험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점은 이사회 내 위원회의 전문성에도 의문을 가중했다.

지난해 대부분의 사외이사는 '보고 안건'에 대해서도 '특이의견 없음'으로 일관했다. 다만 일부 이사들은 특정 안건에 대해 개선 요구를 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의 금융사고를 보고받은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은 회사 문화·제도 개선 방안과 자회사 점검·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다. 다른 회기에는 생성형 AI(인공지능)나 ICT(정보통신기술) 전략을 살펴볼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사외이사도 핵심자본비율(CET1) 관리 강화를 두 차례 이상의 이사회에서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그룹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RWA(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주문했다.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환율이 요동치면서 자본 건전성을 모니터링해달라는 취지였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5.02.13.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그럼에도 여전히 거수기 논란을 해소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금융지주도 이런 비판을 인지하면서 구조적·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중이다. 연초부터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전관예우보단 외부 출신 사외이사를 찾고 있다. 특히 올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면서 내부통제·위험관리 전문가를 수혈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적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이 경영진 '참호구축'이 아닌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는 지배구조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을 강화하는 뜻깊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금융회사 임원은 "전문성을 위한 외부 영입도 중요하지만 이사회 환경이 더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스스로 검토하고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그런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몇몇 사례처럼 안건에 목소리를 내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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