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는데요, 뭔지. 여긴 자주 와도 저건(STM·사진 오른쪽) 써볼 생각도 안 해봤어요."(A씨·58)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한 은행 점포에서 만난 A씨는 기자가 STM(Smart Teller Machine·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을 가리키며 '어떤 기계인지 아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만나본 금융소비자들의 십중팔구는 STM을 모른다고 답했고, 일부 은행의 무인점포나 STM은 미흡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STM 대수는 779대로 최근 3년간 약 200대 가까이 늘었다. STM은 영상통화·신분증 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이나 카드발급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다.
점포 역할을 일부 할 수 있어서 금융당국은 STM을 은행의 점포 폐쇄 시 대체 수단으로 인정했다. 대신 사용법을 안내할 직원을 배치할 것을 권고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와 ATM을 없앤 은행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무인점포를 중심으로 STM을 부쩍 늘렸다.
하지만 STM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했다. 상세한 상담은 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이용도 활발하지 않았다. 기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B씨(57)는 "기계치라 그냥 조금 멀더라도 지점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점포에서 만난 C씨(49)는 "제일 중요한 대출 상담이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막상 STM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점포 창구를 대체하는 핵심 기능인 '체크카드 신규발급/재발급' 버튼이 비활성화 상태라서 눌러지지 않는 STM이 있었다. 이와 관련 은행 측 직원은 카드 발급 기능이 잘 쓰이지 않아서 재고를 넣어놓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STM 사용법 등을 안내해줄 직원이 장시간 자리를 비운 점포도 있었다. 관리자가 부재하면서 ATM을 사용하던 한 고객은 STM이 설치된 부스를 은행 업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통화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들은 심지어 최근 들어 STM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중은행 한 곳의 STM이 3대 줄었고 올해 들어 또다른 시중은행이 1대를 철수했다. 이들 은행은 기기 노후와 사용률 등의 이슈로 배치에서 빠졌고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점포 폐쇄에 대한 후속 조치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꼬집었다. 비용 문제로 점포를 없애놓고 또 비용 문제를 거론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STM이) 유효한 대체 기능을 제공하려면 기존 고객 서비스의 대부분이 중단 없이 제공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마땅한 대안이 없는데 STM을 없애거나 기능이 불완전하다는 건 큰 문제"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점포 폐쇄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사용률이 저조한 것도 과연 은행들이 점포 폐쇄에 대한 대안으로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STM의 기능을 알렸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