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은행 등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CEO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고 공개 비판한 지 하루만이다. 이는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은행 사외이사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는 것으로 지주 회장의 인사권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5대 시중은행장 선임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는 자회사 CEO 선임시 자회사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추위에서 직접 CEO 후보를 추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은행장을 뽑을 때 은행 사외이사들이 은행장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식이다.
전일(15일) 이찬진 원장이 금융지주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가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회장과의 '친소 관계'나 '계파'를 고려한 인사를 하지 말 것을 공개 경고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오는 23일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당부 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자회사 CEO 선임시 지주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는 방식으로 경영 승계 절차가 진행된다. 회장과 지주의 사외이사 일부 혹은 전부로 구성된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자회사 CEO 후보를 단독 추천하면 자회사 임추위에서 적합한지 판단한 뒤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하는 방식이다.
KB금융지주는 양종희 회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지주 사외이사 3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자추위에서 계열사 CEO 후보를 추천한다. 신한금융지주도 진옥동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 4명 등 5명이 자회사 CEO 후보를 결정한다. 금융당국이 지난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하면서 자회사 임추위 역할 강화를 주문했지만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다. 실제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자회사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였다. 정 행장은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자추위가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024년부터 자회사 중 은행에만 임추위의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다. NH농협금융과 iM금융지주는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은행 이사회 의장이 자추위에 배석한다.
이 원장의 경고에 따라 KB금융과 신한금융, BNK금융도 향후에는 자회사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부 지주사는 이미 자회사 이사회에 자회사 CEO 선임을 위한 인사 권한을 대폭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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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은행장 임기가 올 연말 일제히 만료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이달 중순부터 차기 은행장을 뽑기 위한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의 CEO 후보 추천권이 도입되면 향후 은행장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자회사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작지 않다. 지주 회장의 고유 권한인 자회사 CEO 인사권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이 함께 일할 사람을, 그동안 손발 맞춰온 사람으로 선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그런데 갑자기 외부에서 온 사외이사들이 후보군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추천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어야 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자회사 CEO들이 움직인다"며 "인사권이 없는 회장이라면 누가 회장의 말을 들을까. 그룹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임추위의 후보 추천권이 회장의 인사권 견제 장치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은행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자회사 임추위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