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모멘트' 역전할 것인가, 당할 것인가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2025.04.07 05:33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1957년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기술 경쟁에서 추격자가 선도자를 추월한 순간, 이른바 '스푸트니크 모멘트'였다. 그로부터 약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역전의 순간인 'AI 모멘트' 한가운데 서 있다. AI 모멘트의 시대에 어떤 국가는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만들게 되고 다른 국가는 그 순간에 뒤처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무역 중심의 통상환경에서 다양한 형태의 FTA를 추진하며 경제영토를 넓혀왔다. 하지만 이제 보호무역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라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0% 수준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성장률과 초고령화까지 대·내외적인 거대한 도전에 응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이런 도전 앞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과 경제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방안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즉 AI가 있다. 우리는 AI를 활용해 로봇·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또 생산공정 최적화·품질관리 자동화·AI 로봇 등을 통해 제조업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콘텐츠 등 서비스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AI 기반의 첨단산업 육성은 대한민국 산업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첨단산업 육성에 투입할 재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업정책을 지원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첨단산업은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서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R&D(연구개발)와 제품 양산화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의 인내 자본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민간금융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정책금융이 대규모 장기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위험을 부담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금융 체계가 작동돼야 한다.

아울러 첨단산업은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경쟁력이 요구되므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통합 지원이 필수적이다. 핵심 소재·부품· 장비 기업부터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인프라까지 종합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은 정부의 산업 전략과 연계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과 산업생태계 조성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을 한다는 의미다.

또 정책금융기관은 금융 지원자의 역할을 넘어 현장의 의견을 주도적으로 공유하는 '정책 제언자'가 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산업은행은 향후 100년을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은 'Next 100' 포럼을 출범시켰다. 한국산업은행의 '산업정책 R&D 센터화'를 시작해 미래성장을 견인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국산업은행은 우리나라가 어느 산업에 어떻게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

AI가 초래할 거대한 변화는 대한민국에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은 대한민국 산업의 'AI 모멘트'를 만드는 시대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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