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7시30분, 어김없이 'F4(Finance 4)회의'가 열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평소처럼 샌드위치 식사를 하며 경제·금융현안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이날은 지난 7일 공직에서 물러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개정부 장관을 대신해 김범석 대행이 빈자리를 채웠다. 대통령 선거일을 고려하면 F4는 많아야 한두차례 더 만날 것이다.
'F4' 라고 하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4인조 꽃(Flower) 미남을 연상케 하는데, 거시경제와 금융·통화 당국 수장 4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2022년 글로벌 통화 긴축과 같은 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며 정례화했다. 이듬해 1월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인 'F4'가 원팀정신으로 긴밀한 공조"를 언급하면서 F4가 유래했다.
최근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F4는 중심을 잡아 왔다. 차기 정부서도 '시한폭탄'이 될 가계부채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가계대출은 이달 7영업일만에 2조원 넘게 폭증했다. 대선 국면, 금리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방 미분양과 건설경기 침체라는 복합 위기도 닥쳤다.
F4는 7월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의 차등규제"로 방향을 잡았다. F4논의를 바탕으로 정부는 20일 3단계 DSR 세부 방안을 발표한다. DSR과 같은 파급력 있는 정책은 차기 정부에 넣겨야 한다는 얘기도 없잖지만 F4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지 않았다. 우물쭈물 타이밍을 놓치면 가계부채 뿐 아니라 집값까지 어디로 튈지 모른다.
F4는 매번 그래왔다. 시장이 근거없이, 과도하게 불안하지 않도록 그때그때 적확한 메시지를 냈다. 새마을금고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대미 상호관세 등 현안에서 발 빼지 않고 긴밀히 공조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오밤중에라도 만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냈다. 정치 리스크에 경제가 위태하지 않도록 방어막을 쳤다.
멤버들도 하나같이 모범생이다. 첫 회의 (2022년 10월23일) 후 매주 거르지 않았다. 횟수로 따져보니 134회 정도 열렸다. 그간 추 전 부총리가 최 전 부총리로,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김 위원장으로 바뀌었다. 티메프 사태나 상법개정안을 두고 이 원장이 이견을 드러내며 2~3차례 불참 했지만 결국 이런 갈등조차 균형을 찾아갔다. 되려 금감원만의 정확한 통계·분석이 F4 판단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일각에선 과거 정부의 '서별관회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차기 정부가 F4 회의를 법제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견해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비공개 회의체가 의사록을 남기는 회의로 전환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눈 앞에 닥친 위기앞에 신속한 대응보다 잘잘못을 따지기 십상이다. F4의 메시지는 태풍급 혼란을 막아왔다. 차기 정부서도 F4는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