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SBI저축은행부터 상상인저축은행까지 지난 반년 새 3건의 M&A(인수·합병)가 성사됐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위기를 맞았던 저축은행이 서서히 수익성과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리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업황 회복)가 시작되면 M&A를 통한 업계 재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달 31일 KBI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KBI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1주'를 인수한다. 거래 금액은 1107억원이다. 이후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인수가 마무리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금융위원회의 매각 명령 이후 M&A 시장의 매물로 나왔다. 이후 우리금융과 OK금융이 인수를 추진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KBI그룹은 KBI메탈, KBI코스모링크 등 전선·동 소재 사업과 KBI동국실업, KB오토텍 등 자동차부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기업이다. 지난 7월에도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번에 상상인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 그룹 내 편입시켜 금융업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업계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기대한다. 지난 4월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인수한 이후에 KBI그룹이 라온·상상인을 인수하는 등 최근 6개월 새 저축은행 M&A가 활발해졌다.
부동산 PF 부실로 위기를 겪은 저축은행은 구조조정이 절실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존재하지만 지방 경제의 악화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빠진 곳이 적지 않다. 특히 개인 오너가 보유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상속세 문제로 가업 승계보다 매각을 더 선호한다. 금융당국도 M&A 규제를 완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좀처럼 M&A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저축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점차 회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70억원이다. 전년 동기 3958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P(포인트) 하락한 7.53%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개선된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주목하면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인수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추가적인 증자와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재무구조를 개선한 저축은행은 이런 부담이 없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SNT저축은행처럼 앞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 유예 판정을 받았다가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내년부터 저축은행 업계의 턴어라운드가 본격화하면 M&A도 더 활발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점차 거래가 성사되면서 분위기가 오르면 저축은행 매물을 보고 있던 인수자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속도감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