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유죄 판결 받은 설계사 현행법상 즉시 퇴출 불가…사기가담 설계사 퇴출에 1~2년

#. 2015년 6월 A씨는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형이 고액 암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병원에서 형의 명의로 암 진단을 받아 같은해 7월 보험금 4000만원을 타냈다. 하지만 이후 수술비나 치료비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는 2023년 3월 수사를 의뢰했다. 알고보니 보험설계사인 형수 B씨가 관련 서류를 조작해 계획한 범행이었다. B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4년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5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B씨는 설계사를 계속했고 설계사 등록 취소는 확정판결 후 7개월이 지난 2025년 6월에야 이뤄졌다.
이처럼 보험사기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고도 장기간 보험시장에 남아 영업활동을 이어가는 보험설계사들로 인해 보험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가담한 보험사기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20년 155억원에서 2024년 237억원으로 52% 급증했고, 같은 기간 적발인원은 1408명에서 2017명으로 43% 증가했다. 지난해엔 적발금액과 인원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계사가 가담한 보험사기 사건들은 통상 설계사들이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가담 설계사들의 지능적인 범죄 수법이 전파되기 전에 서둘러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번 사례처럼 친인척이 곤궁한 처지를 이용한 경우도 적지 않아 보험사의 부담도 크다. 의심이나 수사의뢰 자체가 그만큼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위 사건도 수사 의뢰까지 8년, 최종 설계사 퇴출까지 10년이 걸렸다.
보험업계에선 법원으로부터 보험사기 범행이 입증돼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현장에선 설계사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처분까지 길게는 2년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보험업법상 보험설계사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같은 행정처분 전에 반드시 당사자의 의견진술을 듣는 청문절차를 밟아야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청문절차 기간에 보험사기 활동이 드러난 보험설계사가 현장 영업활동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범행 수법까지 업계에 퍼뜨리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손해율이 올라가 결국 보험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킨다.
독자들의 PICK!
국회에는 현재 청문절차를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3건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통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유영하 국민의힘 발의안(2024년 8월)을 보면 법원을 통해 범죄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청문절차를 생략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설계사를 즉시 등록취소해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가 검토보고서를 통해 법개정 필요성에 대해 타당하다고 평가했는데도 법안 심의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리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결국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만큼 보험사기 연루가 증명된 설계사들은 서둘러 퇴출해야 한다"며 "이들이 보험시장에 남아 범죄수법을 전파하고 보험사의 손실을 계속 키우고 있는데도 입법이 매번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