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일개미 로봇으로 월마트 주가 폭등시킨 기업

자율주행 일개미 로봇으로 월마트 주가 폭등시킨 기업

반준환 기자
2026.03.29 08:00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18)]월마트 보다 대박난 로봇업체 심보틱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월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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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와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상승이 뜨거웠던 2024년 미국증시. 초우량주로 구성된 다우30지수 편입종목 가운데 가장 강한 주가 흐름을 보인 종목은 월마트였다. 그해 70%대 초반의 주가상승률로 다우지수 상승률(18%) 대비 4배의 초과수익을 기록했다.

오픈AI와 손잡고 AI 혁명을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2024년 상승률은 20% 안팎에 그쳤다. 2024년 2월 다우지수에 신규 편입된 유통·클라우드 강자 아마존(40%대 상승) 조차 월마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월마트는 2024년 11월 엔비디아가 다우30에 편입되기 전까지 수익률 1위 자리를 공고히 유지했다.

월마트의 주가급등 배경에는 실적변화가 있었다. 2025 사업연도(2024.2~2025.1) 총매출은 약 1021조5000억원(6810억달러), 영업이익은 약 44조250억원(293억달러)을 기록했다. 매출은 5% 가량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1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월가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빨리 증가하는 영업 레버리지 구간의 초입에 진입한 기업인데 월마트가 그랬다. 물론 전년에 있었던 1회성 비용으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었으나 월가는 이익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이때는 월마트가 AI 기반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본격 도입하면서 운용효율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시기였다.

축구장 20개 창고에서 일하는 210만명 대체해가고 있는 일개미 로봇

당시 월마트 경영진은 실적발표 현장에서 '자동화를 포함한 운영 효율화'가 이커머스 경제성 개선 및 매출총이익률 상승과 함께 영업 레버리지의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유통공룡 월마트는 대표적인 인력중심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물류센터 한 곳의 면적은 최대 2만8000평(약 9만3000㎡), 축구장 20개를 합친 크기다. 여기에 8만 가지가 넘는 상품이 쌓여 있고 상품정리를 대부분을 사람이 직접 해왔다.

월마트 직원수는 전 세계 약 210만명. 세계 최대 민간 고용주다. 미국 창고 산업에서 인건비는 전체 운영비의 50~70%를 차지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핸드헬드 스캐너를 들고 축구장 20개 크기의 창고를 이동하며 상품을 찾아야 했다. 찾은 상품을 팔레트에 쌓을 때도 문제다 과자박스 위에 생수를 올리면 부서지고, 세제 옆에 식품을 놓으면 규정 위반이다. 이걸 매번 사람이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했으니 고생이 엄청났다.

문제는 물류센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센터에서 배송한 상품 꾸러미가 매장에 도착하면, 매장 직원이 다시 창고에 들어가 상품을 분류해야 했다. 매장 진열대에 엉뚱한 상품이 있거나 사라졌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직원들은 힘들었고 고객들은 불편해 월마트를 싫어하는 이들도 많았다. 직원들이 떨어지는 상품에 맞아 다치는 사고도 빈번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17년. 월마트는 처음으로 AI 자율주행 물류로봇 시스템을 플로리다주 브룩스빌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나스닥 상장사 심보틱(Symbotic)이라는 회사가 만든 로봇(심봇)이 들어갔다.

브룩스빌 물류센터에 투입된 수백대의 심봇은 90cm 높이의 납작한 자동차 서스펜션 몸체를 지니고 있다. 4개의 바퀴가 달려있고 좁은 통로를 시속 30km 이상으로 급회전하며 물건을 날랐다. 물류센터에 상품 꾸러미가 도착하면 로봇팔이 이를 해체해 박스 단위로 나누고, 이를 심봇이 매대로 옮기는 형태다.

기존 직원들의 일은 완전히 바뀌었다. 펜과 종이로 재고를 기록하던 직원은 로봇이 작업을 모니터로 지켜보다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는 역할을 맡았고 하역현장의 직원은 교육 후 소프트웨어 운용, 재고 추적, 로봇 이상 대응업무로 전환했다. 수작업 시절에는 없던 '셀 오퍼레이터'와 '자동화 정비 기술자' 같은 새로운 직무가 생겨났다.

셀 오퍼레이터는 자동 입출고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시스템이 멈추면 HMI(휴먼-머신 인터페이스)로 원인을 파악해 복구한다. 로봇 바퀴·센서를 교체하는 기본 정비도 이들의 몫이다. 자동화 첫해에 퇴직한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월마트 경영진들은 "자동화는 인원 감축이 아니라 역량 확대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월마트, 2024년 물류로봇 도입하고 매출증가율의 2배 이익증가에 확신

브룩스빌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효과를 확인한 월마트는 2021년 25개 지역 물류센터에 자율주행 물류로봇 도입확대를 발표하고 이듬해에는 전 물류센터의 전환계획을 밝혔다. 물류로봇 시스템 도입이 가장 활발했던 게 2024년인데, 이 때 월마트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것이다.

이후 월마트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고 2025년에도 강세가 이어졌다. 2023년말 약 52달러(액면분할 반영)였던 주가는 2024년말 약 90달러로 올랐고, 2025년말에는 111달러가 됐다. 2026년 2월13일에는 133.62달러로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주가는 약 120달러 선이다.

정작 월가가 베팅한 종목은 따로 있었다. 월마트의 물류 혁신을 가능케 한 AI 물류로봇 업체, 심보틱이다. 심보틱 주가는 2024년 회계 논란으로 22% 하락하며 바닥을 기었으나 2025년 4월 16달러에서 불과 7개월 만인 11월 장중 88달러까지 5배 넘게 폭등했다. 현재 주가는 약 50달러지만 2023년말(약 15달러) 대비로는 여전히 3배 이상이다.

심보틱의 무기는 트럭에서 짐을 내리는 입고부터 메가창고의 이동과 저장, 그리고 소비자 소매 매장으로 나가는 출고까지 물류의 모든 혈관을 하나로 통째로 묶어버린 '엔드투엔드(end-to-end)' 플랫폼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AI와 비전 기술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로봇들을 지휘한다.

3차원 정글짐 같은 철제 구조물 안에서 수백 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시속 30km를 넘는 속도로 강철 일개미처럼 돌아다닌다. 중앙 AI는 어떤 상품을 어디에 저장하고 어떤 순서로 꺼내 팔레트 위에 조립할지 테트리스를 실행한다.

심보틱을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바로 케이스 레벨(case-level) 자동화다. 월마트 같은 대형유통업체의 창고에 저장된 상품은 어마어마한 물량과 중량을 지니고 있다. 생수더미와 통조림 박스에 휴지, 과자, 상자, 유리병까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게 들어있다. 심보틱은 이 무겁고 부피 큰 케이스들을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고 옮긴다.

심보틱이 구축한 진입장벽은 AI 소프트웨어 코딩 몇 줄이 아니라 엄청난 연산을 통제하는 물리적 엔지니어링에 있다. 경쟁사로 꼽히는 노르웨이 오토스토어나 영국 오카도는 립스틱이나 영양제 같은 가벼운 온라인 주문용 낱개 피킹에 특화됐지만 심보틱은 중장비 수준으로 매장 진열대를 채우는 절대 강자다. 월마트, 타겟, 앨버슨스 등 콧대 높은 북미 유통 공룡들이 앞다퉈 심보틱의 손을 잡은 이유다.

회사가 2025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3~2024년 기간에 월마트는 매출보다 이익이 2배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로 진입했다. 자동화를 포함한 운영 효율화, 이커머스 경제성 개선, 매출총이익률 상승, 멤버십 수입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동화 효과는 고객들도 체감한다. 월마트는 현재 당일배송 가능범위가 전체 가구의 93%까지 확대됐다고 본다. 월마트를 보는 고객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싸지만 느린 유통업체'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의 월마트는 '빠르고 싸고 가까운 유통업체'로 바뀌고 있다. 월마트 경영진은 최근 1~3시간 내 배송을 위해 추가요금을 지불하는 고객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인터내셔널 기준으로 2025년 당일~익일 배송물량은 약 23억개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월마트-심보틱, 수주-발주처에서 사업 동반자로 발전

월마트와 심보틱의 관계는 더 깊어진 상태다. 2025년 1월 심보틱은 월마트의 첨단 시스템·로봇(Advanced Systems and Robotics) 사업을 인수하는 동시에, 월마트의 매장 기반 온라인 주문 처리를 자동화하는 APD(Accelerated Pickup and Delivery)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월마트는 이 프로그램에 총 5억2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원화로 약 7800억원이다.

미국 인구의 약 90%가 월마트 매장에서 16km 이내에 거주한다. 월마트와 심보틱은 장기적으로 모든 점포가 '미니 풀필먼트 거점'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력이 뛰어난 심보틱이지만 투자자들이 불만스러워하는 게 있다. 바로 실적이다. 심보틱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부터 다음 해 9월까지다. 2025사업연도(2024년10월~2025년 9월) 매출은 3조3700억원(22억4692만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조정 EBITDA로는 2205억원(1억47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순손실은 1365억원(9100만달러)을 기록했다. 사업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아직 좋지 못하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2026년 1분기(2025년10월~12월) 실적. 매출 9450억원(6억3000만달러)에 순이익 195억원(1300만달러), 조정 EBITDA 1005억원(6700만달러)로 GAAP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적자를 내며 시스템을 깔아주던 성장주가 드디어 수익이 나는 산업자동화 기업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온 것이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보틱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여전히 월마트 의존도다. 회사 자료에는 월마트 의존이 사업 차질 위험으로 명시돼 있다. 대형 고객 한 곳이 실적과 투자심리를 동시에 좌우하는 구조다. 성장판을 멍들게 한 회계문제도 뼈아프다. 심보틱은 2024년 실적을 감사받는 과정에서 비용 처리와 수익 인식 오류가 터지며 매출과 매출총이익, 조정 EBITDA를 무려 3000만~4000만 달러나 깎아내려야 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회계 장부 수정 해프닝이 아니라, 완벽해 보이던 '무결점 고성장 스토리'에 금이 간 사건으로 받아들였고 주가급락과 집단소송이 발생했다.

그래도 심보틱을 좋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월마트의 물류 자동화 사업확장 △타깃, 앨버슨스, C&S 등으로 넓어지는 고객군 △물류 자동화 기술에서 보여준 경쟁력 등이 포인트로 꼽힌다. 애널리스트 시각도 엇갈린다. 평가기관에 따라 목표주가도 40달러대부터 60달러대까지 차이가 난다. 결국 좋은 기술주이면서 동시에 리스크가 큰 인프라 기업이라는 두가지 성격이 같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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