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올해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발행 한도를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설정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근 5년 새 총수신에서 중금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데 따른 판단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이사회는 올해 원화 중금채 발행 한도를 271조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269조원)보다 2조원 늘어난 규모로, 최근 5년간 증가액 가운데 가장 작다. 기업은행의 중금채 발행 한도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2조8000억원씩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2조원 확대됐다. 과거에 비하면 올해 증가 폭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분석된다.
중금채는 중소기업은행법에 근거해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의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에 공급하고 있어 개인 고객을 기반으로 한 예금 유치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금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중금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은 대출과 혁신기업 모험자본 공급 등에 활용된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 중금채 발행 한도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점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금융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확대했고 올해 역시 비슷한 방향의 운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세는 최근 들어 한층 가팔라졌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260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9% 늘었다. 전년 같은 기간 성장률이 5.1%였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중기대출 확대에 따라 총 대출 잔액도 2024년 9월 297조원에서 지난해 9월 314조3000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총대출 증가율(4.0%)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기업은행은 모험자본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3년간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투입한 모험자본 규모는 2조5000억원이었다. 중기대출과 모험자본 공급이 동시에 확대되는 만큼 자금 소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중금채 발행 한도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한 배경에는 수신 구조 변화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금채는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에 비해 조달 금리가 높아 발행 비중이 커질수록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기업은행의 총수신에서 중금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0.0%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58.0%로 크게 상승했다. 중금채 비중은 최근 3년 연속 57~58%대에 머무르며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중금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업은행으로서는 발행 규모를 보다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대출 확대라는 정책적 역할과 수익성·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적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지원 등 자금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금채 발행 한도를 정했다"며 "다만 발행 한도는 최대치 개념으로, 실제 발행액은 이를 밑도는 경우가 많아 곧바로 연간 발행 계획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