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은행원 재채용 확산…"조기퇴직 부추겨" vs "생산성 제고"

김도엽 기자
2026.03.30 16:45

[MT리포트]귀한 몸 '퇴직 은행원' ④

[편집자주] 퇴직 은행원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70년대 초반생들도 은행을 떠나기 시작한 가운데, 현장에선 전문성과 경험을 요하는 업무가 중시되고 있어서다. 5대 은행에선 매년 23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퇴직자 1000명을 재채용하는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퇴직자 재활용은 고령화 시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우려할 지점은 없는지도 함께 짚어봤다.
퇴직 후 재채용 제도를 둘러싼 시각 차이/그래픽=윤선정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퇴직자 재채용' 제도를 두고 노동시장 안팎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유연한 인력 활용 방식이라는 긍정론과,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편법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선다.

퇴직 후 재채용은 더 이상 은행권만의 흐름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38만9349곳) 가운데 재채용 제도를 도입한 곳은 2024년 말 기준 37.9%(14만7402곳)로, 4년 전보다 13.8%포인트(P) 증가했다.

기업들이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대한 부담과 전문인력 재활용이라는 필요성이 자리한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방안 대신 기업별 자율에 기반한 퇴직 후 재채용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AI가 줄 수 없는 전문성이 더 필요한 시대"라며 "퇴직한 장년층과 신입 인력의 역할은 다르기 때문에 신입 인력이 하기 힘든 역할을 퇴직 후 재채용된 인력들이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 재취업 인력들의 역할도 비슷하다. 한 시중은행 채용 담당자는 "재채용 인력은 신입이 대체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1인 지점장 역할은 물론이고 내부통제·준법감시·현장 감사 등 재채용 인력이 담당하는 업무는 경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퇴직 후 재채용이 기업의 인력 유연성을 높여 청년층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공서열 구조에서 고연차 인력의 임금 부담이 과도해지는 만큼 퇴직 후 재채용을 활용할 수 있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부 장년층에 대해 연봉을 낮출 수 있는 제도는 바람직한 방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연공 서열에 따른 임금이 부담되니까 재채용을 통해 낮은 급여를 주려고 하는 방식"이라며 "현재 민간 기업이 활용하는 퇴직 후 재채용 방식은 정년보장을 피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퇴직 후 재채용 활성화로 청년층 고용이 확대된다는 주장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규 채용은 2023년 1880명, 2024년 1320명, 2025년 1170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또 신한·우리·IBK기업은행 등 3개 은행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임직원 수는 2022년 5070명에서 2023년 4420명, 2024년 4076명으로 감소했다. 전체 직원 대비 20대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2.30%에서 10.90%, 9.90%로 3년 만에 2.40%포인트(P) 줄었다.

퇴직 후 재채용 제도가 정년 전에 퇴직하는 구조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임금피크제와 조기퇴직을 통해 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이후 재채용하는 구조가 사실상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정년을 보장한 이후 재채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논쟁의 핵심에는 한국 노동시장 구조 전반의 문제가 깔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고령화와 AI 등 기술 도입으로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과 세대 간 일자리 배분, 숙련 인력 활용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얽혀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퇴직 후 재채용 제도는 민간에서만 쓰이면서 정년까지 못다니게 하는 상황을 조장하는 면도 분명 있다"며 "그럼에도 재채용이 고령화 시대에 일부 대안이 되고 일 할 의사가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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