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출 늘리라 했더니 예금 줄일 수도"…예대율 완화의 역설

김미루 기자
2026.04.13 15:00
4월 달라진 은행업 감독규정. /그래픽=윤선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방 소재 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이달부터 수도권 외 지역 대출에 예대율 가중치를 낮춘다.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대출을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대출 확대보다 고금리 상황에서 일단 예금 조달부터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일 수도권 외 지역에 소재한 기업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예대율 가중치를 각각 85%에서 80%로, 100%에서 95%로 하향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수도권 외 지역의 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활성화해 지방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지방 우대금융 활성화 방안 일환이다.

예대율은 은행이 예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운용하도록 하는 건전성 규제다. 예대율 가중치가 낮아지면 같은 금액을 대출하더라도 예대율 계산상 반영되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어 규제 부담이 완화된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완화로 지방 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여력이 최대 21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대출이 14조100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은 7조원 추가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정책이 의도한 '대출 확대'보다 '예금 조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금리 환경에서 예금 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은행 입장에서는 더 직접적인 효과라는 설명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부담이 줄어들면 무리하게 높은 금리를 주고 정기예금을 끌어올 필요가 줄어든다"며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예금 조달을 줄여 비용을 낮추자는 방향으로 대응할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은행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도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분자인 대출을 늘리기보다 분모인 예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제도 변경이 실제 지방 기업 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중기·자영업 연체 늘었지만, 대출 확대 여지는 확보
5대 지방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대출잔액 추이. /그래픽=윤선정 기자

건전성 부담 역시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변수다. 5대 지방은행(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은행)의 지난해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1조527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 증가하며 금융감독원이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 합계는 3150억원으로 전년(2590억원)보다 21%가량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5대 지방은행 모두 지난해 말 1%를 넘어섰다. 은행권에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1%는 일종의 '주의' 단계로 여겨지는 경계선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서 대출로 버티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규제 완화로 대출 운용 여력이 증가하는 효과는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출을 늘릴 수 있는 룸이 생기는 것"이라며 "조달 비용을 아끼는 만큼 대출 금리도 이전보다 낮게 내주거나 한도 부족으로 대출이 거절됐던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결론적으로 지방 기업과 금융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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