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CEO(최고경영자)의 연임을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며 특히 "(현직) CEO가 뽑은 사외이사진이 연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회장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 사무국이 사외이사들을 선임하고 현 CEO와 이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인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연임을 결정한 사례 등을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사외이사들과 CEO간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이 원장은 28일 한국금융연수원 신임 사외이사 교육 프로그램의 강연자로 참석해 "지난해 국내 은행·지주 이사회의 전체 표결 6100표 중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단 1표에 그친다"며 "그동안 사외이사들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해왔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금감원이 점검한 금융지주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A금융지주의 경우 2023년 현 회장과 함께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가 모두 회장의 인사권 내인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선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신규 사외이사 중 한 명은 현 회장의 연임 당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장직도 수행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B금융지주의 현 회장이 연임할 당시 이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한 사외이사가 임추위 위원장을 맡은 점도 독립성이 약화된 사례로 봤다. 임추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C금융지주가 정관상 회장의 연령 제한을 풀어 현 회장에게 유리하게 개정한 경우도 지적 대상이 됐다.
또 D금융지주 사외이사 다수가 임추위 과정에서 현 회장에게 별도 의견을 기재하지 않고 최고점을 부여한 점과 E금융지주의 롱리스트에 포함된 외부후보 7명 중 6명이 사실상 승계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언급됐다.
이처럼 회장과 사외이사 사이의 이해관계가 작용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침해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사외이사 선임시에 임추위의 검증책임과 설명을 확대하고, 주주추천 경로 다양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원장은 지배구조 개선 방법 중 하나로 주주의 견제 강화도 언급했다. 이사회 의사록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공시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사회 의사록을 꼼꼼히 남기도록 해 주주와 금융당국도 의사록을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이 원장의 첫마디가 '여기 계신 신임 이사분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이다'였다"라며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연임을 도와주는 것을 방조하는 체제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사외이사나 CEO의 연임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참석한 다른 사외이사는 "회사를 잘 알고 전문성과 연속성을 가져 좋은 효율을 발휘할 기회가 많은데, 그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식"이라며 "원천 차단하기보다 그런 폐해가 안 생기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우 한 경영진이 오래 임기를 하며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훌륭한 실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라며 "국내에서는 한 사람의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면 안 된다는 막연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 여러 제반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