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빚에1.2조 이자… '상록수 판박이' 배드뱅크 더 있다

권화순 기자, 김도엽 기자
2026.05.14 04:03

국민은행 개인신용 연체채권 넘겨받은 '케이비스타'
10년이상 된 채권 70% 보유, 20년이상도 25% 달해
당국, 매각 협의중… 국민은행 "빠른 시일 해결 계획"

'원시적 약탈금융'으로 비판받는 민간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회사)가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이하 상록수) 외에 '케이비스타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이하 케이비스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비스타는 KB국민은행에서 넘겨받은 10년 이상 초장기 연체 개인신용대출 채권을 보유해 현재도 추심을 이어간다. 이재명정부가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위해 설립한 새도약기금에도 해당 채권을 넘기지 않아 상록수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비스타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민간 배드뱅크)/그래픽=김현정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케이비스타가 보유한 초장기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도록 케이비스타 출자자들과 청산을 논의 중이다. 케이비스타는 민간 배드뱅크로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저격한 상록수와 비슷하게 10년 이상 초장기 연체채권을 보유했다.

앞서 지난 12일 이 대통령은 상록수에 대해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상록수의 출자자인 금융회사들이 같은 날 일제히 해당 대출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비스타는 2020년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로 국민은행의 초장기 개인신용 연체채권을 넘겨받아 추심을 한다. 2020년 국민은행의 양도 당시 기준 대출자(차주)는 4만4450명이며 대출액은 8628억원이었다. 하지만 대출자들이 갚지 못한 이자가 1조2427억원으로 대출액을 훌쩍 넘어섰다. 대출액과 미수이자를 합한 총 채권액은 2조1055억원으로 상록수(8450억원)보다 큰 규모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는 상환돼 현재는 대출액 기준 약 5000억원(이자 미포함)이 남았다.

대출액은 대부분 채권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인 소멸시효 5년을 훌쩍 넘어 연체된 상태다. 20년 이상 연체된 대출이 전체의 25%에 달하고 10년 이상 연체된 대출도 70%가 넘는다.

상록수가 2003년 카드사태 때 만들어진 배드뱅크인 반면 케이비스타는 국민은행의 개인신용 연체채권이라는 점이 다르다. 카드사태 때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는 상록수(2003년)를 비롯해 한마음(2004년) 희망모아(2005년) 총 3곳이었는데 한마음과 희망모아는 2020년에 청산돼 상록수만 남았다.

주요 출자자의 동의에 따라 상록수가 보유한 연체채권은 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될 예정이다. 8450억원 규모의 채권이 새도약기금에 매각되면 11만명에 대한 추심이 즉시 중단되고 최대 90%의 원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상록수와 마찬가지로 케이비스타도 새도약기금으로 채권매각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과 신용정보업체, 대부업체가 주요 출자자인데 매각 여부를 판단하는 의결권은 국민은행이 100% 갖고 있다. 현행법상 민간 배드뱅크가 보유한 대출채권을 정부가 강제로 매각할 권한은 없다. 이 대통령은 "연체된 사람들은 20년 넘게 이자가 쌓여 수천만 원의 빚이 수억 원이 됐다. 법률개정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새도약기금 출범 당시부터 연체채권 매각을 검토했으나 유동화회사라는 특성상 채권매각 절차가 용이하지 않아 결정이 늦어졌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연체채권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년 이상 연체, 5000만원 이하 새도약기금 매각대상 대출은 2800억원으로 전체 대출액(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금융회사로부터 넘겨받은 장기연체채권을 추심하는 민간 배드뱅크의 사례가 케이비스타 외에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도약기금에 연체채권을 매각한 회사는 대부분 금융회사며 민간 배드뱅크는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유동화회사 형태로 장기 연체채권을 보유한 회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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