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상임감사 의무선임 기준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관련 세부 기준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약화를 우려하며 법 개정에 반대했지만, 개정 신협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속 시행령 정비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지난 4월 공포된 개정 신협법에 따라 자산관리회사 운영 기준과 상임감사 선임기준 등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조합은 자산총액 3000억원 이상 지역조합 또는 단체조합으로 규정된다. 종교단체·사단법인·직종단체 조합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예외적으로 상임감사를 두지 않을 수 있다.
또 자산총액 2000억원 이상 3000억원 미만 조합은 상임감사를 임의로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 이사회가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금융사고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상임감사를 둘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상임감사 의무 선임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상임감사를 둬야 하는 신협 조합은 작년말 기준 기존 161곳에서 127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간 신협 측은 중소형 조합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다른 상호금융권(농협 8000억원, 새마을금고 8000억원)과의 규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앞서 금융당국은 신협의 금융사고 발생과 자산건전성 악화를 고려할 때 내부통제 기능을 약화시키는 조치라며 법 개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신협 조합의 건전성·유동성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상임감사 선임을 축소하는 방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한편 금융위는 신협의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자회사인 신협자산관리회사가 매입할 수 있는 비업무용 자산의 범위도 구체화했다. △조합이나 중앙회, 중앙회 출자회사가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취득한 자산 △경영개선 조치에 따라 처분해야 하는 고정자산 △합병·사업양도 등으로 사용하지 않게 된 고정자산 등이 매입 대상에 포함된다.
부실자산 인수가격은 감정평가법인 등의 감정평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선순위 채권과 물권, 임차권 등을 반영하도록 했다. 가격을 사전에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산 매각 이후 인수가격과 처분가격의 차액을 사후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농협·새마을금고 등 다른 상호금융권과 유사한 수준의 부실채권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신협의 건전성 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형 조합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조합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 달 15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0월 22일 개정 신협법 시행에 맞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