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1000억 더 내놓은 메리츠...대주주 MBK 책임은?

이창명 기자
2026.06.18 16:55

메리츠, 에스크르 계좌에 1000억 예치..."MBK, 수익은 투자자와 공유, 손실은 채권단에 전가" 비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영업을 중단한 대형마트 37개 점포를 폐점하고 해당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할 예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현재 낮은 기여도로 휴점 중인 37개 점포에 대해 폐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4일 오후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은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2026.6.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긴급 운영자금(DIP금융) 1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단,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대출실행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금융권에선 홈플러스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MBK는 숨고 채권자가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금융은 18일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의 회생 지원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DIP금융 집행을 최종 승인했다. 메리츠금융은 19일 오전까지 해당 자금을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거래자간 출금이 가능한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키로 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적법하고 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되는 즉시 자금이 출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가 추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자금 집행을 위한 대주주의 보증책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위험부담을 외면한 채 메리츠금융 자금으로만 연명하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선 홈플러스 DIP금융 지원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를 촉발한 경영진이자 최대주주인 MBK가 직접 해결하지 않고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을 이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MBK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다. 운용자산만 약 50조원에 달해 운용보수만으로도 연간 수천억원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올해 3월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 달러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홈플러스에 투자한 바이아웃펀드3호는 지난해 15.4%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수익은 투자자들과 나누면서 손실의 위험은 채권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 사태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

그럼에도 MBK는 여전히 홈플러스 지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BK측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보증을 서면 MBK까지 망할 수 있다. 모든걸 MBK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홈플러스가 파산하더라도 MBK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영 부실의 무한 책임이 있는 대주주조차 두려워서 보증을 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은 훨씬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이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1000억원 지원 방침을 밝힌 이후 정치권에서도 "메리츠는 할만큼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메리츠금융의 이날 결정으로 공은 MBK파트너스로 넘어갔다. 1000억원을 출금하기 위해선 MBK파트너스와 김 회장의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전날MBK에 보낸 공문에서 이번 제안이 최종이란 점을 분명히 한 만큼 MBK의 움직임에 따라 홈플러스는 다시 파국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대주주인 본인들도 망할까 봐 못 서겠다는 보증을 남에게 서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경영진의 과실로 인한 책임을 본인들은 지지 않고 채권단에게만 떠넘기는 행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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