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 이전보다 중요한 건 '돈의 이동'

박소연 기자
2026.07.29 05:10

금융권이 지방이전 이슈로 뜨겁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을 하반기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보군이 거론되면서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엔 농협중앙회를 전남 나주로, NH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부산으로 각각 이전한다는 문건이 돌면서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단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NH농협지부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지방 이전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법적으로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인 데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돼 있다. 더욱이 농협은 이미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본부와 지역 조직을 운영하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말 기준 농협은행은 전국 1065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2 가량(666개)이 지방에 위치한다.

농협이 이미 군소 도서지역까지 점포를 촘촘히 운영하며 고용 등 지방균형발전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업무 효율성을 포기하며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인사는 "근처 식당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 전체의 소득 증가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단 것이다.

지역상권 활성화 효과도 의문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사례를 보면 가족동반 이주율은 낮은 수준이며 105개 기관 중 기관장이 미이주한 기관은 53개에 이른다. 목요일, 이르면 수요일부터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각종 출장 명목으로 서울로 이동해 주말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물을 옮기는 것보다 시급한 건 돈이 지방으로 흐르게 하는 일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부산 이전 공공기관들의 부산은행 예치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9%에 그쳤다.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정작 돈은 시중은행에 맡기면서 지역 자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지방 여신은 예외로 인정해 지역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기 변동에 취약한 지방은행엔 시중은행과 다른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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