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에서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자녀 교육 등의 사유로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를 하면 앞으로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높아질 뿐 아니라 신규 전세대출이 막히고 기존 대출은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대출 규제가 예고된다.
4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재정경제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에 이어 조만간 금융위원회도 금융 관련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이 꼽히고 있다.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 대출규제를 수 개월 검토해 왔으나 본인 집을 놔두고 전세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예외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전일 재경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거주하지 않더라도 세금 규제 예외 대상을 상세하게 열거한 만큼 이 기준이 같은 정부 부처인 금융위 대출규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경부는 '1년 이상 계속 거주중인 주택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주거 이전시 이로 인한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최장 3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취학 △직장 변경과 전근 등 근무상 형편 △1년 이상의 치료·요양이 필요한 질병△학교폭력으로 인한 전학 △해외 체류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등이 예시됐다.
이를 대출 규제에 적용할 경우 가장 논란이 되는 사례는 서울 및 수도권 내에서 본인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같은 지역(시군)의 다른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다. 같은 지역으로의 이사인 만큼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강북권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해 전세살이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혹은 전학을 위해서라도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폭 피해로 인한 전학도 같은 서울 지역으로 이사한 경우라면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말 기준 은행권의 1주택자 전세대출 잔액은 약 13조2000억원으로 전체 전세 대출의 10~15% 수준이다. 대출 건수는 8만9000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 차주가 보유한 주택이 수도권에 있는 경우를 보면 서울 3조2000억원(2만건) 인천 1조원(7000건) 경기 5조원(3만3000건) 등으로 총 4조9000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 이들은 신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최대 14조원에 육박하는 기존 대출도 만기 연장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택금융공사 등의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한도는 수도권은 2억원, 지방 3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세제 기준과 동일한 예외 기준을 적용하면 예외를 인정 받지 못한 대출자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같은 시군 지역에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면 자녀 교육이나 근무 사정, 부모 봉양, 질병 등의 사유라도 모두 대출 제한 대상이 들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유주택자가 보유한 전세대출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를 하는 경우라면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음에도 대출 규제를 비롯해 보유세 규제까지 이중, 삼중으로 받게 될 것"이라며 "전세금 정도의 보유 현금이 없다면 자녀 교육을 위한 강남권 전세살이도 어렵게 된다. 사실상 거주 이전의 자유가 박탈되는 게 아니냐는 억울함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올라가고 장기보유 양도세 혜택은 축소된다. 종부세의 경우 비거주 1주택자는 공제금액이 종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축소돼 시세 20억원 이상의 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 양천구 등이 영향권에 들어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