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과징금 급감 '널뛰기 부과' 논란

권화순 기자
2026.09.09 03:57

도마오른 '신정법' 제재 체계
금감원 1400억 결정, 금융위는 "위탁" 100억대로 낮춰
최초 판단때 매출 3% 기준 엄격·감면률도 50%로 제한
금융권 "과도한 엄벌 행정… 금소법처럼 차등화 필요성"

동양생명에 대한 금융당국 과징금/그래픽=이지혜

금융위원회가 동양생명의 신용정보법(이하 신정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을 당초 1400억원에서 100억원대로 대폭 감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넘는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신정법상의 과도한 과징금 부과체계 개선도 검토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9일 정례회의를 개최해 동양생명의 신정법 위반에 대한 제재 안건을 부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정례회의에 앞서 열린 안건검토소위원회에서 동양생명에 대한 과징금을 100억원대로 대폭 감경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1년여 전에 부과한 과징금은 1400억원으로 지난해 동양생명의 순이익 12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이 금액은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 인수가격의 10% 수준에 달해 우리금융이 사실상 동양생명 인수 계약금을 날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은 2022년 실시한 동양생명 검사에서 고객 동의 없이 개인 신용정보를 자회사 GA(보험대리점)에 넘긴 사실을 적발했고 지난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 제재심 결과를 넘겨받은 금융위는 별도의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거친 뒤 안건소위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GA 자회사에 넘긴 개인 신용정보는 업무상 위탁에 해당해 제3자에게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넘긴 상황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부과한 1400억원의 과징금이 100억원대로 대폭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다.

금감원 제재심 위원들도 동양생명의 법위반 정도나 동기, 개인들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할 때 애초부터 1400억원의 과징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이 과징금을 깎을 수 있는 최대 감면율은 50%에 불과하다. 법위반 중대성별로 기본 과징금의 50%, 75%, 100% 중에서 선택하도록 돼 있어서다. 다만 개별법에서 별도의 감경기준이 있으면 적용이 가능한데 신정법은 차등부과율이 없다. 신정법에서는 '매출액의 3%'를 기본 과징금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금감원이 적용할 수 있는 최대 감면율 50%를 적용해도 과징금 1400억원이 부과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신정법의 과징금 부과기준이 과도하다며 대표적인 '엄벌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은 감경비율을 1~100%로 차등화해 위반 동기나 피해 정도 등에 따라 과징금을 차등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신한라이프와 라이나생명 역시 동양생명과 유사하게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넘겼다가 금감원에 적발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들 보험사도 금감원 제재를 앞두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금감원의 최대 감면율 50%를 적용하면 과징금이 2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 금감원은 현재 제도상으로는 동양생명과 똑같이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고 금융위는 다시 작량감경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정법 개정 등을 통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개보법이나 금소법처럼 신정법도 과징금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잇따라 터져 과징금 제도 개선이 자칫 '봐주기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