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남제분, 창투사 대주주 자격 있나

전병윤 기자
2015.01.05 06:21

한 달 전 에쓰비(SB)인베스트먼트는 중소기업청에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로 신규 등록했다. 납입자본금(50억원)과 전문인력(심사역 2명)을 확보해 중기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영업허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신규 등록의 절차상 문제가 없었음에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SB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한 영남제분 때문이다. 영남제분 오너인 류원기 회장은 본사와 계열사 등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0월 2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더구나 횡령한 자금 일부를 복역 중인 부인 윤길자씨의 형 집행정지를 위한 허위진단서 발급을 청탁하는데 썼다는 혐의를 받았다. 부인 윤씨는 여대생 하모씨가 자신의 사위와 불륜관계인 것으로 오인해 청부업자에 하모씨 살인을 지시한 혐의로 2010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영남제분이 벤처캐피탈(VC)인 창투사를 설립한 걸 무심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중기청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오너가 주요주주로 있고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영남제분이 창투사 설립을 추진하자 현행법상 이를 막을 구실이 없어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창투사 최대주주의 적격성 요건만 따질 게 아니라 최대주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와 경영진도 검증의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회삿돈을 마음대로 빼돌려 쓸 정도로 오너의 전횡이 가능했던 회사는 타인의 자금을 굴려야 하는 창투사를 일정 기간 설립하지 못하도록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투자는 손실 위험이 큰 만큼 분쟁의 소지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창투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의 창투사 등록 심사기준이 제2의 벤처붐 조성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에 자칫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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